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일 국회가 대정부질문에 돌입했다. 이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를 시작으로 5일 경제 분야, 8일 교육·사회·문화 분야까지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대정부질문에 앞서 국민의힘의 가이드라인 문건이 지난 2일 세간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여당에 반(反)기업·반시장경제·반법치주의·성폭행 프레임을 씌우라는 지침이었다.

정부여당이 강한 불쾌감을 내비친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주눅들지 말라”며 강공을 주문했다. 대정부질문이 시작부터 여야간 기싸움으로 번진 모양새다.

◇ 대정부질문 전략 문건 유출 득실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대정부질문 답변자에게 각종 ‘반(反)정부 프레임’을 집중적으로 씌우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무능·도덕이중성·북한퍼주기 이미지를 각인하는 용어 반복, 정부측 변명 차단 등의 주문도 곁들였다.

유출된 국민의힘 내부 문건 ‘대정부질문 사전전략회의 관련’에 따르면 △질문 시작부터 결론까지 일관된 프레임 씌우기 전략 구사 △지속적 용어반복과 이슈 재생산 필요 △정부측 반격에 대한 적극적 대응 △정부측 변명시간 허용 금지 등의 내용과 구체적 예시가 담겼다.

정부여당은 강력 반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야당이 정책토론을 해도 모자랄 시간에 정쟁 프레임을 덧씌우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자당 의원들에게 배포했다는 내용”이라며 “차라리 가짜뉴스였으면 좋겠다”고 성토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정부에게 질문을 할 국민 권리를 이용해 오히려 정부에게 프레임 씌우기만 시도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신경전에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긴급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성범죄 프레임을) 주눅들지 말고 계속 강조해달라”고 주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유출 문건에 대해) 민주당이 이러니저러니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 4‧7 보궐선거는 민주당 단체장들의 성범죄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강조하라는 내용이다. 틀린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혹시 정부측 답변에서 엉뚱한 소리가 나오면 단호하게 대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정부여당에 역습과 방어 기회 제공

4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권성동 의원은 정세균 총리를 상대로 4월 보궐선거 관련 성범죄 이슈를 꺼냈다. ‘프레임 씌우기’ 전략을 가동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권 의원은 정 총리에게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전 박원순·오거돈 전임 시장 성추행으로 열리는 것을 아느냐“며 “정의당은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정 총리는 “지금 행정 일을 하고 있고 정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선거라든지 정치적 사안은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응수했다.

권 의원은 이어 “민주당이 당헌을 고쳐서 후보를 공천하는 것과 (정의당의 무공천 방침이) 대비된다. 어느 쪽이 책임정치인가”라며 추가 질문했고, 정 총리가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지침 논란’에 대해 야권 일각에서는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차원의 ‘프레임 공세’ 지시가 도리어 정부여당에 역습·방어 기회를 제공했다는 취지다.

야권 관계자는 “굳이 저렇게 노골적인 문서를 만들었어야 했냐는 생각이다. 오히려 민주당에 역공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이제 무슨 말을 해도 저쪽(민주당)에서는 ‘당 지침’을 따르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다소 경솔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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