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전격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책실장 자리에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을 승진 발탁했다. 김 전 실장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통과 직전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 인상한 것이 보도되면서 물러나게 됐다. 문 대통령은 한 번 기용한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빠르게 대처해 눈길을 끌고 있다.

◇ 김상조, 전세 보증금 14% 인상 논란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의 ‘경제 컨트롤타워’인 김상조 실장을 사퇴시키고, 이호승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전자관보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본인이 소유한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을 8억5,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오른 9억7,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청와대는 전날 해당 사실이 보도되자 김 전 실장의 아파트는 주변보다 시세가 낮았고, 현재 거주하는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의 보증금 인상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해당 보도가 나온 지 하루도 채 안 돼 김 전 실장의 경질을 선택했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경제위원장과 정책실장을 지내며 ‘문재인의 경제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 전 실장의 전격 사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한 번 기용하면 웬만한 논란이나 비판에도 교체나 경질을 신중하게 결정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 전 실장이 지난해 연말 3실장 사표 제출 당시 사의를 표한 바 있으나, 문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백신 등의 현안을 ‘마무리하라'는 취지로 일단 유임시켰기 때문에 이번 보도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시한부 유임’ 상태였던 것이다. 

◇ 흔들리는 민심 다잡기 위한 ‘김상조 경질’

그러나 보도가 나오고 하루 만에 이호승 경제수석을 신임 정책실장으로 발탁한 점을 비춰봤을 때, 문 대통령이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백신과 재난지원금도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는 상황인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동산 가격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사태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상황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경제 컨트롤타워’인 김 전 실장이 전월세상한법 취지에 어긋나는 계약을 진행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LH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또 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이에 여론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 김 전 실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조기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는 다소 동떨어진 형태다. 

또한 여권에서는 이날이 문 대통령 주재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열리는 날이라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LH 사태 등 공직자 투기 방지를 위한 법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 부동산 관련 논란을 빚은 김 전 실장을 참석시킬 경우, 공직자 투기 방지 정책의 정당성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우리는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성하며 사정기관에는 철저한 수사 및 추적을, 내각에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경제 분야 전반을 맡은 김 전 실장을 전격 교체한 이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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