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에서 열린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 찾아가는 민주당' 행사에서 직장인, 소상공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송 대표는 2일 민심 경청 결과를 토대로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뉴시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에서 열린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 찾아가는 민주당' 행사에서 직장인, 소상공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송 대표는 2일 민심 경청 결과를 토대로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취임 한 달을 맞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 안팎으로부터 전방위적으로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부터 1일까지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송영길 대표는 현장에서 들은 민심을 토대로 2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갖고 당의 진로와 쇄신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송 대표가 이날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할 것인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민주당 일부 초선 의원들은 ‘조국 사태’를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거론했다. 민주당이 실시한 FGI(포커스그룹인터뷰) 조사에서도 ‘조국 사태’는 참패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송영길 대표와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도 ‘조국 사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송 대표도 “우리 당이 지금까지 조국, 오거돈, 박원순 문제부터 내로남불 부동산 문제, ‘피해 호소인’ 논란에 대해 한 번도 명쾌하게 (잘못이) 무엇이었다고 (밝힌 바 없다)”며 “(국민의 의견들을 듣고) 전체를 종합해 국민에게 정리한 것을 발표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조국 사태’ 입장 표명 압박

이런 와중에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조국 사태’가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송 대표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정치권에서 조국 전 장관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면서 송 대표가 어느 정도의 수위로 조국 전 장관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인지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충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돌풍’이 불면서 민주당이 국민의힘과의 쇄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국 전 장관 문제는 여권을 항상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조국 전 장관은 이미 여권의 ‘내로남불’ ‘불공정’의 상징이 돼버렸다. 그러나 강성 친문 지지층은 아직도 조국 전 장관을 검찰개혁과 동일시하며 ‘조국 수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송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해 비판하고 사과 입장을 밝힐 경우 강성 지지층이 반발하면서 당내 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중도층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송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 내에서는 이미 지도부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격론이 벌어진 상황이다.

박용진 의원은 1일 YTN 라디오에서 “‘조국의 시간’은 조국의 권리지만, 민주당의 시간은 민주당의 의무”라며 “재보선 민심의 명령은 민주당이 좀 달라져라, 이런 뜻 아니겠나. 민주당이 그동안 어떤 것을 잘못했고, 어떤 것을 달라지게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의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책 출판 자체야 개인의 자유가 있으니까 뭐라고 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조국 전 장관 회고록 출간과 상관 없이 지도부가 조국 사태로 인한 젊은 세대들의 박탈감과 관련해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남국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조국 전 장관은 민주당에 당적을 보유할 수 없는 공무원 신분이었다”며 “민주당 사람이라고 보기도 어려운데 이걸 가지고 민주당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나”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송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송 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조국 사태’ 관련 입장 표명 문제를 비롯해 대국민 보고대회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송 대표는 조 전 장관 문제에 대한 지도부 차원의 언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조 전 장관 관련 입장도 밝히나’라는 질문에 “주제가 민심 경청이기 때문에 거기서 얼마나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보고 정하도록 하겠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송 대표가 결국 대선 민심을 얻기 위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국 전 장관을 직접적으로 저격하기보다는 ‘조국 사태’로 인한 ‘내로남불’에 대해 사과하는 형식을 취하고 동시에 ‘윤석열 때리기’를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YTN에 출연해 “송 대표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제 중의 난제를 만난 것이다. 시험대 위에 오른 것”이라며 “당 내에서 본인이 소수파이기 때문에 친문 주류 세력들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고 또 동시에 민심을 얻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확실히 달라진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국 사태에 대해서 나름대로 사과에 가까운 그런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며 “내로남불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하겠지만 동시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인 야망이 담긴 표적수사, 보복수사였다는 부분도 강조하면서 검찰개혁을 거듭 강조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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