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뒤 추념문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광주로 향했다. ‘전두환 발언’ 등으로 악화된 호남 민심을 되돌리는 동시에 중도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전당대회 이후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윤 후보의 기세가 더 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 정면 돌파 나선 윤석열

그는 이날 오전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생가를 방문한 뒤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광주 방문은 지난달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개 사과’ 논란까지 겹치며 민심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논란에 윤 후보는 사과를 하고 광주 방문 의사를 표했지만, 경선 일정 등과 맞물리며 시점을 연기했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은 일차적으로 호남 민심 달래기에 있다. 정치 입문 당시엔 호남에서도 상당한 지지율을 기록한 윤 후보는 이후 악화된 지지율을 고스라이 마주하게 됐다. 윤 후보 비서실장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경선에서의 그런 실수 때문에 진솔하게 사과하면서 광주에 다시 방문해 사과하겠다고 계속했고 그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방문이 근본적으로는 ‘외연 확장’을 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주된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에서 얼마만큼 표심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사실상 이번 대선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가 최근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방문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날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44.4%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34.6%)를 9.8%p 차이로 앞질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언의 여파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던 호남 지지율이 점차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도 윤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급한 쪽은 민주당이다. 당장 민주당에선 이날 윤 후보의 광주 방문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상황실장인 고민정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좀 늦었다”며 “말실수에 대한 사과는 즉석에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폄하한 것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광주 시민 누구도 윤 후보가 진정 어린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약속한 뒤 광주를 찾았다면 방문을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일방통행식, 보여주기식, 말만 번지르르한 사과이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정치권이 던져 준 사과의 조건을 충족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앞서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을 진정성 있는 사과의 선결과제로 꼽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광주 시민과 민주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이려면 세 가지 약속을 해주면 된다”며 그 중 하나로 이를 언급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역시 “5.18 민주정신이 대한민국 민주정신으로 공고화될 수 있도록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다만 이번 사과가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선 때 당 안팎에서 이같은 문제가 재차 불거질 경우 역효과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날 “당연히 저는 헌법 전문에 개정될 때 반드시 올라가야 된다고 늘 전부터 주장해 왔다”며 정치권의 요구에 응답했다. 그러면서 ″사과드리는 순간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상처 받으신 국민들, 특히 광주 시민 여러분께 이 마음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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