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적폐 수사′ 발언이 여권의 맹공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윤 후보의 발언이 ′원론적′이라는 데 집중하며, 오히려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지적하며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발언에 대해 윤 후보가 ‘정치 보복’을 선언한 것이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선거 중립을 지켜온 문재인 대통령마저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역풍’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적극 반박에 나섰다.

11일 민주당은 일제히 윤 후보에 대한 규탄을 쏟아냈다. 앞서 윤 후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정권의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점을 맹비난한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물론 당 원로들과 지역 정가에서도 들고 일어섰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전날(10일) 참모회의에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본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윤 후보의 발언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시각이다. ‘적폐 수사’라는 단어의 함의에는 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굉장히 심각한 그리고 위험한 정치보복 선언”이라며 “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민정수석실 폐지’가 사실상 최측근 검사들을 통한 검찰 장악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도 같은 라디오에서 “보복수사를 지금부터 예고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까지 나서며 여권이 ‘총결집’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윤 후보의 발언은 ‘원론적 차원’이라는 점을 역설하며 오히려 민주당이 일을 키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전날(10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이 견강부회하며 지지자 결집용으로 문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맹비난했다.

◇ 여권 결집 빌미 제공

국민의힘이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발언으로 오히려 윤 후보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적 의도나 내용의 타당성을 차치하더라도 굳이 불필요한 논쟁을 부추길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간 ‘원팀’을 두고 혼란이 상당했던 여권이 이번 일을 계기로 ‘세 결집’에 나서게 된 점이 대표적인 패착이라는 것이다.

야권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금 신분이 대통령 후보고 선거 기간 중 예민한데 왜 원론적인 얘기를 그 타이밍에 하는가”라며 “민주당 상당수가 이 후보에게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던데, 이걸 상당히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한 것 아니냐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정치 보복’ 프레임을 꺼내 들면서 중도층 공략의 고리로 삼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은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중도층까지 다 떠나갈 것”이라며 “후폭풍은 그쪽 진영이 더 크게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민주당의 기대만큼 중도층이 집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종 여론조사의 추이를 살펴볼 때 ‘정권 교체’의 흐름이 강한 만큼, 해당 발언이 오히려 윤 후보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후보는 반문(反文) 세력의 중심이 돼서 대선 후보가 된 것”이라며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의 지지세가 더 결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쪽 지지율이 올라가는 동반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논쟁”이라며 “(여권의) 진영 결집도가 정권교체 여론을 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역시 이러한 부분에 기대감을 거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정치 보복’ 프레임을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으로 맞받아치며 진영 대결에 뛰어 들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 청와대, 민주당이 합작해 제1야당 후보자를 공격하고 있으니 정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불법선거개입이 아닐 수 없다”며 “적폐 청산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 대통령께서 적폐 청산이라고 하는 용어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생경하고 의아한 장면”이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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