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직접 비판하면서 여권이 총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온전히 지지하지 못했던 여당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로 여권이 총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등장으로 부동층 민심이 오히려 등을 돌릴 수 있고, 이 후보의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노무현 트라우마’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윤 후보에게 직격탄를 날렸다. 문 대통령은 “(윤 후보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 했다는 말인가”라며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된다”고 했다. 또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본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라는 발언은 민주진영의 ‘노무현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같은날 공개된 아시아·태평양뉴스통신사기구(OANA) 소속 국내·외 8개 통신사 합동 서면인터뷰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두 발언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우선 여권 내 결집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11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조사(8~10일 조사 실시)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41%였고, 부정평가는 52%였다. 반면 한국갤럽에서 이날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같은 기간 실시)에서 이 후보는 36%, 윤 후보는 37%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인데, 이 후보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즉 이 후보에게 마음을 온전히 주지 못한 문 대통령 지지층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대선은 2~3%p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고, ‘이재명을 찍지 않는 문재인 지지층’의 존재는 이 후보에게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여권 총결집 양상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윤영찬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인터뷰에서 “저도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었고 여러 가지 걱정을 많이 하면서 (대선을) 지켜봤던 사람”이라며 “저부터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망언을 (윤 후보가) 했다고 생각하고, 민주당 지지자 중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던 분들이 마음을 상당히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전직 비서관 27명도 성명서를 통해 “전두환씨가 총칼로 집권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형 선고를 받았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드려야 했다”며 “윤 후보가 역사를 공포의 시대로 되돌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현 정부 전직 장·차관 43명도 전날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총괄본부장은 이날 CBS 라디오인터뷰에서 “민주당 주변에 이 후보를 도저히 못 찍겠다며 안 돕던 분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요즘 계속 연락이 온다”며 “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비록 이 후보를 좀 마땅치 않게 생각해왔지만 그런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가 되면서 이 후보의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부동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경제대통령’을 강조해왔다. 일종의 차별화인데, 이는 부동층의 마음을 잡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선거 국면 한 가운데에 등장하면서 이 후보가 그간 해온 차별화 노력이 의미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반문 정서’가 남아 있는 일부 부동층은 ‘진영 간 대결’ 양상이 펼쳐지는 것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반문 정서를 가진 부동층은 윤 후보 지지층에 편입된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호감, 이 후보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갖고 있는 일부 부동층 중에서는 윤 후보 발언으로 인해 이 후보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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