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 일가가 삼진제약 지분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 일가가 삼진제약 지분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 일가가 삼진제약 지분을 적극 확대하고 나서면서 또 다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나제약 측은 단순투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동종업계 경쟁사 지분을 10% 가까이 보유하는 일 자체가 흔치 않은데다 삼진제약의 복잡한 상황까지 겹쳐 물음표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 단순투자라지만… 가시지 않는 물음표

하나제약은 지난달 13일과 이달 7일 두 차례에 걸쳐 삼진제약 보유 지분 변동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하나제약과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 일가는 당초 6.52%였던 지분 총합이 9.18%로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조경일 명예회장으로부터 대표보고자 지위를 넘겨받은 하나제약은 2.2%였던 삼진제약 지분이 3.39%로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장내매수를 꾸준히 실행한 결과다. 조경일 명예회장의 딸인 조혜림 전 하나제약 이사 역시 지난해 10월 상순 0.42%였던 삼진제약 지분이 지난달 말 2.21%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경일 명예회장의 지분은 1.57%에서 1.24%로 감소했으나 하나제약과 조혜림 전 이사의 지분 확대 규모가 더 컸다.

조경일 명예회장 일가의 하나제약 지분 보유 사실이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당시 대표보고자였던 조경일 명예회장은 특수관계인 합계 지분이 5%를 넘어가면서 공시의무가 발생했다.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서는 단순투자라고 명시했다. 실제 삼진제약은 최근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 중이며, 신규 투자 등으로 전망 또한 밝다.

다만, 조경일 명예회장 일가의 이러한 행보는 적대적 M&A 가능성 등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동종업계 경쟁사 지분을 단순투자 목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진제약과 하나제약은 자본총액이 2,000억원대로 비슷한 수준이며, 연간 매출액의 경우 삼진제약이 조금 더 높다. 적대적 M&A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규모다. 삼진제약이 최근 사업다각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삼진제약의 다소 복잡한 상황 역시 조경일 명예회장 일가를 향한 물음표를 키운다.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창업한 곳으로, 두 사람은 50년 넘게 동업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지배력이 확고하진 않다. 최대주주인 조의환 회장은 가족들을 포함한 지분이 12.85%에 그친다. 최승주 회장 역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9.9%에 불과하다. 조경일 명예회장 일가의 보유 지분이 최승주 회장 일가에게 바싹 다가섰을 뿐 아니라, 최대주주인 조의환 회장의 턱밑에 이른 것이다.

또한 삼진제약은 최근 2세 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나란히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그 자리를 전문경영인이 대신했다. 아울러 두 회장의 자녀들인 조규석 부사장과 조규형 전무, 최지현 부사장과 최지선 전무가 등이 분주한 승계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2020년 부친으로부터 지분 일부를 넘겨받았으며, 지난해 말 인사에선 나란히 승진했다.

이처럼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 일가의 삼진제약 지분 확보 및 확대는 지배력이 확고하지 않은 삼진제약 공동창업주 일가가 2세 승계를 진행하는 시점에 이뤄졌다. 만약 삼진제약의 두 창업주 일가가 승계 과정에서 분쟁 양상에 휩싸일 경우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셈이다.

물론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은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세 승계 행보도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고 있다. 또한 양측의 지분에 삼진제약 자사주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37%에 이르는 만큼, 분쟁 양상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적대적 M&A를 시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 일가의 이례적인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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