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하나제약이 삼진제약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하나제약이 삼진제약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7일, 삼진제약은 ‘최대주주 변경’과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최대주주 변경 시)’를 공시했습니다. 새롭게 최대주주에 오른 것은 바로 하나제약입니다. 하나제약은 같은 날 보유 중인 삼진제약 지분이 기존 12.73%에서 13.09%로 늘었다고 공시했습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조의환 삼진제약 회장의 지분을 넘어선 겁니다.

삼진제약의 주인이 바뀐 걸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물론, 대체로 최대주주는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거머쥐고 있다고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분구조에 따라 최대주주 지위에 있더라도 경영권은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죠.

삼진제약이 그런 사례 중 하나인데요. 상황이 다소 복잡합니다.

먼저,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창업한 제약사로 현재도 양쪽 일가가 동업관계를 유지 중입니다. 회사 대표는 전문경영인인 최용주 사장이 맡고 있는 가운데, 두 창업주의 자녀들이 나란히 고위경영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조의환 회장의 자녀인 조규석 부사장과 조규형 전무, 최승주 회장의 자녀인 최지현 부사장과 최지선 전무가 후계구도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죠.

기존 최대주주였던 조의환 회장이 부인과 두 자녀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보유 중인 지분은 12.85%입니다. 여기에 최승주 회장 일가도 모두 합쳐 9.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지분을 합하면 22%가 넘습니다. 이번에 지분이 13%를 넘기며 최대주주에 오른 하나제약이 당장 경영권까지 거머쥔 것은 아닌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제약은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서도 철저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보유 지분이 5%를 넘기게 되면 공시 의무가 발생해 보유 목적도 밝혀야 하는데요. 조경일 하나제약 회장의 삼진제약 지분이 5%를 넘겨 공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입니다. 하나제약 측은 이때부터 줄곧 투자목적이 ‘단순투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에 오른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하나제약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이처럼 동종업계 기업의 지분을 적극적으로 늘려 최대주주까지 오르면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고수하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그보단 적대적 M&A를 노리거나, 적대적 M&A 시도로부터 방어해주거나,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가 많죠. 그렇지 않다면 애초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 게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하나제약의 삼진제약 지분 확보 및 확대 움직임은 여러 뒷말을 낳으며 물음표를 남겨 왔습니다. ‘적대적 M&A 수순으로 가기 위한 움직임이다’ ‘하나제약의 승계 문제를 고려한 것이다’ 심지어 ‘삼진제약의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라는 말까지 나왔죠. 하나제약의 이례적인 행보와 함께 여러 복잡한 상황이 얽히면서 다양한 해석 및 전망이 제기된 겁니다.

이번에도 그 물음표는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커졌죠. 하나제약은 이제 9%대의 지분만 더 확보하면 삼진제약 공동창업주 양가 지분 합까지 추월하게 됩니다. 이 경우, 이름만 최대주주가 아닌 실제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과 더욱 가까워지게 되죠. 그간의 적극적이고 꾸준한 지분 확대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나타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하나제약은 정말 오로지 단순투자 차원에서 삼진제약 지분을 사들이고 최대주주까지 오른 걸까요? 아니면 적대적 M&A를 비롯해 무언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하나제약과 삼진제약의 행보는 앞으로도 귀추를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삼진제약 ‘최대주주 변경’ 공시
2022.10.2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진제약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 공시
2022.10.2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진제약 2022년도 반기보고서
2022.8.1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