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여민1관에서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여민1관에서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대 대선이 끝난 지 19일 만인 지난 28일 만찬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고 임기 말 인사권 문제,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안 등은 실무선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합의나 결정이 없는 회동이었다.

회동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 따르면, 임기 말 인사나 추경안에 대해서는 장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실무 협의를 하기로 했다. 또 대통령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측에서 정확한 계획을 짜면, 지금 정부는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회동을 통해 양측의 실질적인 합의문이나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양측이 사전에 의제를 조율하지 않고 만났기에 이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장 비서실장은 “오늘은 의제 없이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하고 만났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은 어떤 얘기를 꺼낼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회동장에 들어갔다”고도 전했다. 

◇ ‘실무협의’ 과정서 잡음 가능성

인수위 측은 문 대통령의 ‘협조’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협의 과정에서 이전에 있었던 갈등이 도돌이표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번 한국은행 총재 지명과 같이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두고 청와대와 인수위가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또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예비비 집행 역시 마찬가지다. 양측의 회동에서 집무실 이전의 구체적인 절차나 예비비 규모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결정된 사안에 대해 협조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는 현 정부가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편성 과정에서 지출 항목과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겠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29일 장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현 대통령이 협조하라고 지시가 떨어지면 세밀한 레이아웃이 나올 것 아니냐. 그러면 예산이 나오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세밀하게 검토해서 협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추경 역시 정확한 시기를 논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무 협의 사안으로 넘어갔다. 이에 윤 당선인이 공언한 50조원 추경안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도 윤 당선인이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정부 내에서 사면이 어려울 수도 있다. 장 비서실장은 “사면은 물 밑에서 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볼 때 밀실에서 사면 얘기하는 것 밖에 안되잖느냐”고 반문했다. 

◇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명분’ 얻어

구체적인 성과면에서 봤을 때 윤 당선인의 실제 이익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명분’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 만나면서 꽉 막힌 정국이 해소됐다. 일단 인사 문제에서는 청와대가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청와대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여줘 양측이 협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 집무실 이전 역시 실질적으로 윤 당선인 취임 전에는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집무실 이전과 관련된 예비비 편성안건이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에 명분 없이 고집을 부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여야가 회동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신구 권력 충돌’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이 회동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29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허심탄회하게 긴 시간 동안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셨다고 하니까 국민들께서도 근심을 좀 덜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또 집무실 이전 문제나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문제 등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윤 당선인의 취임 후 국정수행 기대치가 낮아진 바 있다. 당선인의 차기 정부의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신호였다. 그러나 양측이 만나면서 윤 당선인의 리더십 역시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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