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권인숙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권인숙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제20대 대선 이후 대거 입당한 2030 여성 당원들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집토끼가 아니다’ ‘팬덤이라는 이름으로 치부하지 말라’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경청했다.

◇ 단순 팬덤 너머 당원으로 정착

제20대 대선 막바지에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활동가의 이재명 지지 선언과 ‘이대남’을 필두로 한 국민의힘의 젠더 갈라치기 등으로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2030 여성들은 이 고문에 대한 오해들을 사과하는 ‘쏘리 재명’과 함께 대선의 판을 바꾸며 급부상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석패한 이후에도 이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고, 대거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입당하기까지 했다. 이후 이들은 기존의 민주당 지지자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SNS에서 해시태그를 사용해 친구를 찾고, 송영길 상임고문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며 ‘소액 후원 인증’을 하거나 ‘팬아트’를 보내는 등 전형적인 아이돌 팬덤식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SNS에서 이 고문을 ‘잼칠라(이재명+친칠라)’ ‘이잼아빠’로 칭하고 본인들을 ‘개딸’ ‘냥아들’로 부르고 있다. 또 친칠라 인형, 민주당 응원봉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보면 불과 1년 전의 SNS 정치 계정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2030 여성들은 단순히 이벤트성 온라인 활동에 그치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의원들에게 투표 독려 문자를 돌리며 본인들의 뜻을 직접 전달하고, 지역사무실을 찾아가는 방법을 공유하며 당에 의견을 표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입당했다는 2030 여성 박모 씨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첫번째로 놀랐던 건 권리당원이 되면 내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권리당원이 되어봤지만 달리진 게 없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모여서 의견을 전달하고 민주당에서 듣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한 정치적 효능감을 실제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민주당, 당원들과의 소통이 과제

민주당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당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변화하는 중이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20대 대선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주최하고 2시간 동안 민주당의 미래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혐오와 차별을 뚫고 여성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선 이후 입당으로, 입당에 이어 출마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희망 행진이 시작됐다”며 “단순히 이것을 ‘팬덤’이라고 볼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그동안 부족했던 것을 제대로 혁신을 촉구하고 견인하기 위해 2030 여성들이 함께 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존 정당의 당원, 의원, 당직자에게 꼭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민주당에 여성 당원들이 들어오니 당황할 것 같다”며 “발언할 기회와 활동할 공간과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하나씩 같이 해나가면 된다. 여성위, 청년위, 당협위원회 같이 형식적으로 하지 마시고, 지금 들어온 당원들은 굉장히 능동적일 것이니 실제로 활동할 공간을 보장하라”고 말했다.

이어 “당규에 권리당원 모임 규정이 있다. 공부모임, 문화모임, 캠페인모임 등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안내하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선거구 수준에서 후보자토론회를 개최하고 당원 투표를 실질적으로 하는게 좋겠다”고 향후 방안을 제시했다.

서 대표는 당뿐만 아니라 새로 들어온 2030 당원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관전자 아니고 창조자가 되기 위해 같이 노력해보자. 비판은 쉽고 만들기는 어렵지만, 할 수 있다”며 “왜 이렇게 없는게 많은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하나씩 만들어가면 된다. 먹통이라는 것도 많이 느끼겠지만 소통은 해봐야 늘고, 더불어민주당은 2030 여성 시민과 별로 소통을 해본 적 없으니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 ”민주당은 2030 여성을 ‘집토끼’ 취급말라”

아울러 토론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2030 여성을 ‘집토끼’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책 <20대 여자>를 쓴 김은지 시사인 기자는 “이번 대선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의 젠더 갈라치기 행보가 끝을 발휘했고 그걸 막기 위한 네거티브가 강한 선거였다”며 “민주당은 2030 여성을 집토끼로 보면 안 된다. 부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생중계되는 유튜브 댓글창에는 ‘우리는 집토끼가 아니라 호랭이다’ ‘진보의 치어리더가 될 생각 없다’ ‘유쾌하다고 가볍게 취급하지 말라’는 댓글이 폭증했다.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앞으로 민주당은 2030 여성을 대의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이용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일부 민주당 정치인이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셀럽들은 2030 여성들이 이 후보의 팬이 됐다고 생각하며 고무된 모습이다”며 “새로 입당한 2030 여성들이 민주당에 무얼 바라는지, 예를 들어 코로나로 취준생·비정규직 등 2030 여성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이를 고민하다보면 2030 남성까지 포괄하는 청년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디 팬이 아닌 유권자로 봐달라”고 지적했다.

이설아 민주당 용인시의원 예비후보는 지난 대선 기간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에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2030 여성이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에 분노한 이유는 그가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 ‘2030 여성은 어젠다가 없다’고 말하고, ‘투표장에 안 나오니 가치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2030 여성이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는 만큼, 이들의 존재를 지우지 말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토론이 끝나고도 닫히지 않은 유튜브 댓글창에는 ‘민주당의 희망을 봤다’ ‘오늘의 분석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정치에 반영되게 해달라’ ‘민주당은 할 수 있다.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민주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2030여성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듣고 싶어하는 의원님이 계시다는 느낌을 받아서 감사했다’는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이해식·김영배·양이원영·민형배·고영인·이수진(비례)·양경숙·이탄희 의원 등이 참석했다. ‘20대 여자’ 저자인 김은지·김다은 시사인 기자와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이설아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 팀장,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경태 의원 등이 토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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