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후 당사를 떠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후 당사를 떠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6.1 지방선거를 위한 공천 또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이재명을 지키자’ ‘이재명의 친구’ 등 친분 과시형 슬로건을 내건 후보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당 내에서도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기도는 지방선거 후보가 대권 후보에 비견될 만큼 격전이 예고되는 곳이면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대통령 출마 전 경기도지사로 부임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았던 지역이다. 그 영향으로 출마하는 의원들은 ‘이재명의 경기도’를 이어나가겠다는 약속까지 내걸고 있다.

◇ 지역 현안보다 ‘이재명’에 초점 맞춘 출마자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안민석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경기도, 이재명, 문재인, 민주당,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이재명 플러스5’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의 정책 공약을 그대로 승계해 안민석이 더 크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 역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재명의 가치와 철학, 성과와 업적을 계승하겠다”며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 지역화폐를 강조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이재명이 함께한 경기도에서 김동연이 약속을 지키게 된다”고 연결고리를 언급한 바 있다.

경기도에서 ‘이재명’을 외치는 것은 비단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출마 선언 후 첫 일정으로 성남 대장동을 방문해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대장동 실체를 밝히고 처벌하겠다”고 이 상임고문을 겨냥한 행보를 보였다.

역설적이게도 국민의힘 후보마저 출마선언에서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재명의 시대를 지속하느냐, 극복하느냐를 묻는 선거다. 지금 민주당은 이미 대통령 당선인과 투쟁을 선포하고 이재명 전 지사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 이상 민주당에게 경기도를 맡길 수 없다“며 이재명을 활용한 선거전략을 짰다.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박지현 “이재명 고문이 원하는 게 이것일까” 

이런 현상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어느 개인의 사당이 아니고 누구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당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라며 “우리는 선거를 하는 것이지 ‘이재명과 누가 더 친하나’ 내기하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공천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많은 출마자들이 이재명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 출마가 이재명 고문 작품이라는 여론도 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재명 고문이 지지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지 특정한 후보가 아닐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후보들이 이재명 고문을 지키겠다고 한다. 당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지키기 위해 권력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 것은 합당치 않다”며 “하루 속히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재보궐선거와 대선에서 연이어 패배했다.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 이런 심판을 세 번째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고문이 당 비대위원들에게 ‘서울에는 송영길이, 경기도에는 김동연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고, 조응천 비대위원은 직접 라디오에서 “명백한 오보”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선으로 가는 길목에 당의 ‘대세’로 떠오른 이재명 계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선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재명 계’의 지지를 얻은 박홍근 의원도 당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박 위원장의 쓴 소리에 불편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당 내에서는 대체로 ‘할 말을 잘 했다’는 반응이 상당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속이 시원한 소리라고 생각했다”며 “박 위원장이 정치권에 들어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제대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현삼 염태영 캠프 수석 부대변인도 현 경기도지사 출마자들의 상황에 대해 “이재명 고문은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다”며 “현장 중심의 정치와 정책을 이어간다는 면에서 누가 강점이 있는지 강조할 순 있지만, 단지 개인적 친분만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재명 고문 또한 그렇게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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