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방청석에서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모씨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방청석에서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모씨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혜성처럼 날아온 불꽃대장’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민주당은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규 입당이 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텔레그램 n번방’을 추적해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 위원장이 있다. 혜성처럼 날아온 박 위원장이 대선 당시 선대위에 합류하며 선거 기류도 달라졌던 것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 앞에는 6·1 지방선거 승리, 그리고 민주당 안착이라는 과제가 있다. 

◇ 박지현, 당 전면서 연일 소신발언

기존에도 민주당을 지지하며 당원 가입을 한 2030 여성이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원의 ‘코어’는 4050세대였다. 그러다보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의 성비위가 이슈였을 때 2030 여성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러나 대선 당시 윤석열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노골적으로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성별 갈라치기에 나섰고, 민주당에 마음을 주지 못했던 2030 여성의 눈길은 이 상임고문으로 쏠렸다.

이 가운데 n번방을 추적해온 박 위원장이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2030 여성의 발길은 민주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는 일회성이 아니라 패배 이후에도 약 20만명이 입당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박 위원장이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함께 공동으로 당의 전면에 나선 것 역시 이 흐름에 크게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전면에 나선 박 위원장의 일성은 성비위 무관용 원칙, 여성·청년 공천 확대, 온정주의 타파 등을 쇄신 방향으로 내걸었다. 또 안희정 전 지사 부친상에 조화를 보낸 민주당 의원들을 매섭게 비판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지난 8일에는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접수 명단을 보고 과연 민주당에서 반성과 쇄신이 가능한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영길 전 대표, 그리고 ‘반포·청주 집 처분’ 논란이 있었던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직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도 신중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는 “검찰개혁 저도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국민의 시선과 정치적 환경이 매우 어렵다”며 민주당에는 검찰개혁 통과와 ‘질서있는 철수 후 민생법안 집중’을 제시했다. 15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이 시점에 과연 우리 국민 최고 관심사가 검찰 문제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고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불발되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비난한 이준석 대표를 비판하며 사과를 했다. 새로운 인물이기도 하고, 20대 여성이 비대위원장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박 위원장의 발언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레드팀’과 ‘민주당의 박지현’

박 위원장의 ‘쓴소리’에 대해 당내에서는 대체적으로는 응원의 분위기가 더 크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단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중진의원들은 박 위원장에 격려를 보냈다. 5선의 안민석 의원은 “박 위원장과 ‘깐부’ 동맹을 맺었다”고 했고, 4선의 김영주 의원은 “비대위원장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3선의 김민석 의원은 “지금은 비상시기에 잔다르크가 되셨지만 언젠가 정상적이고 체계적인 당 활동을 거쳐서 남녀와 노장청 모두를 대표하는 민주당의 다음 세대의 주자로 서주기를 바란다”는 덕담까지 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오만하다'는 프레임을 벗기 위해서는 당내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오만의 프레임을 넘으려면 의견수렴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도) 보장돼야 하는데,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며 “박 위원장이 ‘레드팀’ 역할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간의 민주당에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존재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레드팀이란 조직 내 취약점을 발견해 공격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팀으로, 조직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집단적 편향을 피하기 위해 존재한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며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악마의 대변인’과도 유사한 개념이다. 이에 박 위원장도 “당내 상황에 대해 발언을 할 때마다 힘든 시기에 내부를 공격한다는 비판도 들었지만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쓴소리’는 양날의 검이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다가오는 6·1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본래 ‘집토끼’ 싸움이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선거이므로, 어느 당이 더 많은 집토끼를 투표장으로 보내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그리고 민주당에 원래 있던 집토끼, 새로 들어온 집토끼 모두 ‘검찰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이 연일 지지층의 열망과는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지선을 앞두고 단일대오를 형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것이 지선 패배에 영향을 미칠 경우 박 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일회성’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또 ‘정치인 박지현’의 다음 행보에도 난관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의 박지현’으로서의 정체화가 필요하고, 성평등 이슈 외에도 다른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박 위원장 역시 이를 인식한 것인지 동해안 산불 피해 현장 방문, 신입 당원과의 만남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박 위원장은 레드팀과 ‘민주당의 박지현’, 둘 모두를 취할 수 있을까. 그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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