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0대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나란히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함께 링 위에 올랐던 거물급 인사들이 재등판하면서 6·1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 이재명, 2개월 만의 조기 등판

민주당은 6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 고문을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 전략공천하고,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기로 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두 분(박지현·윤호중) 비대위원장과 그 사이 대화가 있었고 그에 대해 (이 고문이) 동의하고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 고문은 보궐선거 출마 뿐 아니라 지방선거 국면 전면에 나설 뜻을 밝혔다고 한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 고문은) 이번 선거에 직접 출전해서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지방선거 판세가 민주당에 불리해지자 이 고문이 대선 2개월 만에 조기 등판해 선거를 이끌게 된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 후보들을 측면 지원하면서, 이 고문도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은 “차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고, 박찬대 의원을 위시한 인천지역 의원들이 계양을 출마를 촉구하며 이 고문의 조기 등판론에 불을 지폈다. 이 고문이 영입한 박지현 공동 비대위원장도 공개적으로 차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천 계양을은 송영길 전 대표가 내리 5선 의원을 지낸 민주당의 대표적 우세지역으로 꼽혀, 이 고문이 ‘쉬운 길’을 가기로 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고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계양을도 결코 녹록한 곳이 아니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며 “전체 선거판을 다 리드해야 하기에 (이 고문이) 계양을에 출마해 원내 입성에 반드시 성공하고 인천과 여타 지역까지 그 효과가 미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안철수 “수도권 승리 위해 몸 던질 생각”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49일만에 해단식을 가졌다. 그리고 인수위의 수장인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안 위원장은 “분당갑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 제 몸을 던질 생각”이라고 했다. 

그동안 안 위원장은 분당갑 출마 여부를 물을 때마다 ‘인수위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즉답을 피해왔다. 그러나 이날 그는 “인수위 업무를 끝내고 난 다음 지방선거를 지원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김은혜 후보께서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이후 수도권 승리를 위해 제가 분당갑에 출마해달라는 당 안팎의 진정어린 요청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인수위가 해단하면서 입을 연 것이다. 

이어 “지방선거가 가진 의미를 잘 아실 거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만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개혁할 수 있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켜서 경기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조가 잘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분당갑은 안 위원장이 만든 기업 ‘안랩’의 본사가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 김은혜 후보의 ‘러닝메이트’ 뿐 아니라, 수도권 전체 판세를 국민의힘 쪽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 ‘20대 대선 2차전’ 될 6·1 지방선거

이 고문과 안 위원장의 등판은 단순히 ‘의석 수’ 확보를 위함이 아니다. 우선 국회에 기반이 없는 이들의 ‘금뱃지 도전’은 예상된 바였다. 결행 시점이 문제였을 뿐이다. 이 고문은 지방선거 후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고, 안 위원장 역시 당권을 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혼전이 예상되면서, 이들의 등판도 당겨진 것이다.

또 이들이 각각 인천·경기에 등판하면서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의 선거 판세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지방선거 전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고문은 선대위를 이끄는 위치라 선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됐고, 안 위원장도 경기지사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적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 고문은 지역구 선거에만 몰두하지 않고 정권 견제론을 내세우며 전국을 순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도 이 때문인 셈이다. 안 위원장 역시 김은혜 후보와 함께 경기 지역의 승리를 견인하기 위해 ‘이재명의 경기도’에 대한 심판론을 자극할 전망이다.

만일 이 고문과 안 위원장 모두 ‘금뱃지’ 획득에 성공한다면, 당장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며 정국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들 모두 차기 대권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의 결과가 중요한 셈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거물급 인사가 등판했으므로, 이번 선거는 ‘20대 대선 2차전’에 비견될 정도의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