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시동꺼짐 결함에도 “점검 결과 이상 없다”… 소비자만 분통
CLA250 등 자동차리콜센터 ‘시동 꺼짐’ 결함 신고 다수
국토부, 벤츠 48V MHEV 10여종 조사 진행… 결과에 따라 리콜 여부 결정

국내 수입차시장의 절대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불미스런 잡음에 연이어 휩싸이고 있다.
국내 수입차시장의 절대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차량 시동 꺼짐’ 결함 논란에 연이어 휩싸이고 있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가 최근 연이어 차량 시동 꺼짐 결함 논란에 휩싸여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벤츠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벤츠’의 브랜드 가치와 품질을 믿고 구매를 하는데 중대결함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수입차 1위 명성에 오점을 남기고 있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벤츠 코리아와 파트너 영업사(딜러사)는 이러한 시동 꺼짐 결함으로 차량 교환·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보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거나, 보상을 받으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세계일보>는 벤츠 S클래스와 GLB 모델의 ‘시동 꺼짐’ 결함과 관련한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벤츠 S580 모델의 시동 꺼짐 현상은 최근에만 각각 다른 2명의 차주가 경험했다.

벤츠 S580 모델의 시동 꺼짐 결함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차 문이 열리지 않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문을 열더라도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각종 경고등이 점등된다. 이 상태로 주행을 이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가속이 이뤄지지 않고 속도가 줄면서 시동이 꺼지거나 신호 대기를 위해 정차를 하는 경우 시동이 꺼진다. 벤츠 GLB 모델을 구매한 한 소비자도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3일에는 <YTN>을 통해 벤츠의 최고급 모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580 모델 시동 꺼짐 결함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차량 역시 주행 중 감속을 하는 과정에서 계기판에 여러 경고등과 ‘시동을 꺼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점등됐다.

문제는 벤츠 코리아와 파트너 딜러사 측이 시동 꺼짐이라는 중대 결함이 발생한 차량 소유주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동 꺼짐 결함이 나타난 벤츠 차량의 소비자들은 증상 발현 후 차량을 구매한 딜러사 측을 통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벤츠 딜러사 측에서는 결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타 보라” “원인을 모르겠다” “차량 진단기를 통해서는 문제가 확인되지 않는다” 등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벤츠 코리아의 한 파트너 딜러사는 시동 꺼짐 결함이 나타난 벤츠 S580 차량 소유주에게 교환을 해주는 대신 차량을 운행하는 동안 발생한 감가상각을 반영한 비용(2,700만원)을 추가로 지불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 대표이사가 더 뉴 S클래스 출시행사를 축하하며 차량 소개를 하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벤츠 차량에서 시동 꺼짐 증상이 나타나는 차량은 48V MHEV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차량들로 알려져 국토부는 해당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10여종의 벤츠 차량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 대표이사가 지난해 4월말 더 뉴 S클래스 출시행사를 축하하며 차량 소개를 하는 모습.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자동차 판매사 측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 2019년 시행된 ‘한국형 레몬법(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형 레몬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차량 구매 후 시동 꺼짐과 같은 중대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하거나 그 외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발생했을 시 제조사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레몬법은 이러한 차량 결함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 측이 원인을 밝힐 필요가 없으며 교환·환불과 관련한 강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특정 차량에서 시동 꺼짐 등 탑승자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소비자가 결함 증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거나 서비스센터 입고 당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교환·환불이 쉽지 않다. 사실상 자동차 제조사 및 판매사 측은 중대결함의 증거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셈이며 소비자만 분통을 터트리는 상황이다.

벤츠 차량의 시동 꺼짐 결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벤츠 S63 AMG 4매틱’ 차량에서도 시동 꺼짐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당시에도 벤츠 코리아와 파트너 딜러사는 시동 꺼짐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리콜을 차일피일 미뤄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당시 시동 꺼짐 결함을 호소하던 차주는 광주광역시의 한 벤츠 매장 앞에서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2억원 상당의 자신의 벤츠 차량(S63 AMG 4매틱)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해당 차량에 대한 결함 조사에 착수했고, TS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결함’으로 판명을 내리고 강제적인 리콜을 시행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벤츠 CLA 250 4매틱 차량에서도 시동 꺼짐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CLA 250 4매틱의 시동 꺼짐 결함 의심 신고 건수는 확인되는 것만 3건 이상이다. 차량 소유주는 전부 다르다.

시동 꺼짐 결함을 호소하는 한 CLA 250 4매틱 차주는 “주행 중 엔진회전수(rpm)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시동이 꺼진다”며 “신호대기 시 스톱앤고가 작동한 후 재출발을 하려하면 시동이 걸리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차주는 “증상(시동 꺼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동일 차종(CLA 250 4매틱)뿐만 아니라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벤츠 차량(GLB 220 등)에서도 동일 증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벤츠 S클래스 모델의 시동 꺼짐 결함 신고가 연이어 이어지자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동 꺼짐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벤츠 S580 4매틱 및 CLS 4매틱 등 10여종 모델이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48V 배터리가 12V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충전을 하면서 차량을 구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48V 배터리 작동이 정상적이지 않아 12V 배터리의 전력이 낮아지면 시동이 꺼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국토부는 현재 벤츠 48V MHEV 모델을 확보해 재현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의 시험 결과에 따라 벤츠의 리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벤츠 CLA 250 4매틱 모델이나 GLB 220 모델은 48V MHEV 파워트레인이 아니라서 조사 대상에 오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향후 조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근거자료 및 출처 

- [단독] 벤츠 ‘S클래스’ 시동 꺼짐 수리 불가로 교환… 피해 차주 “9개월간 경제·정신적 고통” / 세계일보, 2022년 8월 27일 

https://www.segye.com/newsView/20220811515499?OutUrl=naver

- 벤츠 마이바흐 S580, 새 차 받은 지 3달 만에 생긴 일 / YTN, 2022년 09월 13일
 https://www.ytn.co.kr/_ln/0134_202209131235433154
 

- CLA 250 4매틱 차주 인터뷰 
 

- 한국형 레몬법(개정 자동차관리법 제47조 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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