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에서 차기 당권을 둘러싼 기싸움에 불이 붙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간 신경전이 본격화 됐고, 나경원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원외 후보군의 움직임도 활발해 지는 양상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리스크’를 덜어낸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 경쟁에 시동이 걸린 모습이다. 각 후보들이 상대 후보를 겨냥한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한 데 이어 당내에선 벌써부터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신경전도 예열되는 모습이다. 

11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차기 당권 주자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중심에 선 인물은 당권 출마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다. 그간 공부모임 등을 통해 ‘세몰이’를 시작했던 두 당권 주자는 이준석 리스크가 해소되자 행보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포문은 김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전날(10일) 페이스북에 “차기 당 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지도부는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사명’을 띄고 있는 만큼 이를 개인적 이익을 위한 자리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사실상 차기 ‘대권 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에 안 의원도 참지 않았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오히려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등판을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의 경우 ‘개혁보수’, 나 전 의원의 경우 ‘정통보수’, 자신은 ‘중도 확장성’을 갖고 있는 만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세 명의 출마로 국민과 당원들께 총선 승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가 무엇일지를 묻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재차 반박했다. 그는 “안 의원의 메시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 “저도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역동성을 통한 정반합을 이루어나가는 변증법적 발전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런 의미에서 총선승리라는 지상목표를 공유하고 계신 안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도 기대하겠다”며 안 의원의 대권 포기를 종용했다. 

◇ 유승민 당권 도전 잰걸음? 

두 당권 주자의 신경전이 본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다른 후보군의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징계 이후 사실상 ‘연대설’이 흘러나오는 유승민 전 의원의 행보에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 전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이른바 친윤계를 주축으로 하는 당내 권력 구도의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겨냥하며 영향력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앞서 그는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과정 중 ‘비속어 논란’ 등을 맹렬히 비판한 데 이어, 당의 MBC 고발과 관련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내비쳐 왔다. 이날 역시 유 전 의원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을 직격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정 의원과 같은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당권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당권 도전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유 전 의원도 전날 대구‧경북(TK)에서 차기 당 대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당권 도전을 의미하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당권 구도가 ‘친윤’과 ‘비윤’의 대립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당권 구도가 출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국정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당내 ‘위기감’ 때문에 친윤 진영에 대한 ‘비토 정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유 전 대표를 겨냥하는 시선도 역력하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대통령께 때로는 비판적 언급을 할 수 있지만 우리한테 자해행위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최근 언급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권 주자들을 싸잡아 “배신 경력이 있는 사람은 가라, 이미지 정치인은 더 이상 나오지 마라. 소신 없는 수양버들은 가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 ‘전대 룰’을 둘러싼 전초전도 벌어지는 모습이다. 유 전 의원의 'TK 1위‘ 여론조사가 ’역선택‘ 결과물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면서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이 망가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는 경선룰을 계속 가지고 갈 것이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 전 의원도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역선택이라는 표현보다는 민주당의 선택”이라며 “논란이 있는 것 자체가 좀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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