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근길 약식회견을 시작했다. 이를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라고 한다. 단어 뜻 그대로 취재진이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대통령이 들어오면 현안에 대한 간단한 소회와 질답을 나누는 형태다.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대통령의 정무적인 부담이 크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아침마다 취재진 앞에 선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기사를 읽다보면 '대통령은 오늘 아침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또 대통령이 아침에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독자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굿모닝 프레지던트'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현재 이렇다 저렇다 하고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북한이 이미 전술핵을 갖고 있는데 우리도 임시적으로라도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거기에 대해서 제가 수없이 얘기 드렸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또 따져보고 있다”고 했다. 

전술핵은 냉전 당시인 1950년대 주한미군 소속으로 다양한 형태로 배치됐다. 1970년대 가장 많이 배치됐지만, 1980년대를 기점으로 점차 감소한 바 있다. 1991년 북한 핵개발의 구실을 없애기 위한 취지로 나머지 전술핵도 모두 철수했다. 그런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지속되면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자체 핵무장, 전술핵 배치 등을 할 경우 실효성의 문제와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하에 우리나라에서 전술핵을 철수했는데, 북한이 핵 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전술핵을 재배치 할 경우 이같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의미다. 또 재배치를 할 경우 인근의 러시아, 중국 등의 보복도 감내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 입장은 일관된 것이었을까. 일단 대선 경선 후보시절로 돌아가보자. 윤 대통령은 앞서 대선 경선 후보시절인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당사에서 외교안보 분야 11대 공약에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공약에 대해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일담당 부차관보는 곧바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책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 해당 공약을 발표한 사람들이 미국의 정책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핵 정책과는 맞지 않는 공약을 냈다는 지적이다. 이후 윤 대통령(당시 후보)의 입장 역시 결이 바뀌었다. 

지난 2월 말 윤 대통령(당시 후보)은 해당 공약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후보에게 비판받자 “핵공유를 말한 적 없다. 핵 공유는 현실성이 없다고 늘 주장해왔다”고 답했다. 실제로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평양을 30분 만에 타격할 수 있어, 전술핵 재배치가 불필요하다는 게 당시 캠프 외교안보라인의 입장이었다. 

또 대선 당시 윤석열캠프는 괌 미군기지에 핵을 배치하고 이를 유사시에 공유하자는 ‘핵 공유’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불필요하다는 입장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 괌에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 괌에서 평양으로 미사일을 싣고 이동하는 시간을 더하면 몇 시간이 소요되는데, 미국 본토에서 30분 걸리는 방법을 두고 굳이 핵 공유를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렇기에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핵무장은 우리를 고립시킬 뿐”이라고 명확히 반대했다. 국민의힘 측은 윤 대통령의 대선 경선 당시 공약에서도 ‘한미 확장억제가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이라는 전제가 있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전술핵 재배치에만 집중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토론에서도 “확장억제가 도저히 안 될 때 미국과 상의해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도 있다.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배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5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는) 전술핵 배치에 관해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날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전술핵 재배치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두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 모두발언에서 “북핵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잘 대비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경제활동과 생업에 진력을 다 하시면 될 것 같다”며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냈다. 

또 ‘한미일 안보협력이나 담대한 구상과 같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핵을 꾸준히 개발하고 고도화시키면서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위협하고 있지만, 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다음은 윤 대통령 출근길 약식회견 전문이다. 

2022년 10월 11일 오전 8시 47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로비

<모두발언>

연휴 잘 쉬셨습니까. (네) 뭐 오늘 아침 기사에서 많이 언급이 됐습니다만은 북핵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누누이 강조했지만,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아주 견고한 대응체제를 구축해서 잘 대비하고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국민들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경제활동과 생업에 진력을 다 하시면은 될 것 같습니다. 

<질의 응답>

Q. 대통령님. 김정은의 여러가지 입장도 나오긴 했는데 한미일 군사안보협력, 담대한 구상같은 우리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안전한 북한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끌어내는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거는 30년간, 90년대 초반부터 우리도 전술핵 철수시키고 한반도의 전체 비핵화라는 차원에서 추진이 됐는데, 북한이 지금 핵을 꾸준히 개발하고 지금 고도화를 시켜나가면서 우리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세계 상대로 핵으로 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Q.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은 그동안 많이 언급하셨는데. 한일 양국의 군사협력 강화에 대해서 국민 우려가 있는것도 사실인데요. 이같은 우려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핵 위협 앞에서 어떠한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Q. 전술핵 관련해서 북한이 이미 전술핵 능력 갖고 있는데 우리도 이제 임시적으로라도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하는거 아니냐, 그런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거기에 대해서 제가 수없이 얘기 드렸고요. 대통령으로서 현재 이렇다 저렇다 하고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할 문제 아니고.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또 따져보고 있습니다.

Q.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야당에서는 한미일 군사안보협력을 가지고 친일국방이라든가 아니면 욱일기가 한반도에 다시 걸릴 수 있다 이런식으로 공세를 하고 있는데요.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대통령이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현명한 국민들께서 잘 판단하실걸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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