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안보대책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안보대책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재한 긴급 안보대책회의에 참석한 외부 전문가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에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이날 안보대책회의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과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황인권 전 육군제2작전사령관 등 외부 전문가가 참석했다. 

양 총장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안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남북관계와 통일 철학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게 욱일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욱일기를 인정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욱일기를 인정한다면, 전범의 친구라 할 수 있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도 인정하는지. 인정한다면 일제 강점기 41년의 역사를 단절로 보는 것인지, 계승으로 보는 것인지, 또 만약에 욱일기를 인정한다면 욱일기와 싸운 수많은 선조들의 독립운동사를 새로 써야하는지. 더 나아가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를 부정하는 것인지”라며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만약에 인정하지 않는다면 왜 전범의 깃발을 단 자위대와 연합 훈련을 하는지 국민 앞에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윤석열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함께 참석한 김 전 원장도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에 대한 시각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김 전 원장은 “한미동맹 강화나 한일관계 개선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목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일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지만 이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굴욕적인 외교도 마다하고 일본에 매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일 관계를 망가뜨린 것이 문재인 정권이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그것은 한국의 잘못이 되기 때문에 일본은 ‘한국이 고쳐와라’ ‘한국이 항복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며 “지금의 구도는 바로 그런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맹목의 외교가 지금까지 굴욕외교를 하고 참사외교를 한 이유다”고 꼬집었다.

김 전 원장은 한미일 동맹에 대해서도 “지금 한미일 동맹으로는 안간다고 이야기 하고 있고 친일이 아니라고 하는데 현재 안보실에서 대공 회의를 맡아 하고 있는 제1차장의 과거 논문에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해도 좋다’는 내용에 대해 지금은 생각이 어떤지, 그것이 한미일 동맹으로 가지 않는 것인지 이 부분에 명확인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이 우려를 표한 1차장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교수시절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을 주장하는 논문을 썼다는 의혹이 있다. 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체결의 책임을 지고 경질된 바 있는 인물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본인의 SNS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미일 연합훈련 비판에 반박했다. /페이스북 갈무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본인의 SNS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미일 연합훈련 비판에 반박했다. /페이스북 갈무리.

◇ 정진석 SNS에 “전형적인 식민사관, 천박한 친일 역사인식”

이날 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친일 식민사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독도 인근에서 자위대와 연합한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한 국민적 우려까지도 납득할 만한 해명은커녕 정쟁으로 몰아가기 급급하다”며 “심지어 오늘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야당대표를 공격하려고 ‘조선이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 게 아니다’며 일제가 조선침략의 명분으로 삼은 전형적인 식민사관을 드러냈다. 귀를 의심케 하는 천박한 친일 역사 인식이며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역대급 망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적인 정상 외교에 이어 집권 세력의 굴종적인 대일관을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러다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자위대를 일본 해군으로 명명한 미국 국방부의 행태를 용인하고 나아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위한 평화 헌법 개정과 한미일 군사 동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본인의 SNS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미일 연합훈련 비판에 반박하며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 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며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삼켰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반박에도 이날 회의에서 계속해서 “위기를 핑계로 일본을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자충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일제의 과거 침략을 상기시켰다. 그는 “일본은 침략으로 대민을 수십년간 약탈했던 나라이고 여전히 대민 공세적 입장을 포기하거나 버리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경제 침탈을 자행하고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의 의지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과거에 침략과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진지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사회 경제 문제와 인권 역사 영토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며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자위대를 독도 근해로 불러들여 합동 실전 군사훈련을 연이어서 강행하고 있다.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이고 ‘안보 자해행위’”라고 거듭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한민국이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한미일 군사 동맹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될 수 있다”며 “정식 군대로 일본 자위대가 인정받는 것은 일본 우익 정부가 추구하는 핵심과제다. 보통국가화를 통해 정식군대로 인정받고 군사대국화의 길로 가고자 하지 않냐. 일본이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에 개입하는 구실이 될 수 있는 이 한미일 합동 실전 군사훈련을 대체 왜 최근에 갑자기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우려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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