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안보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보수는 안보’라는 고전적 명제를 상기시켜 집권 여당으로서의 국정 운영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의 태도는 강경하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선 ‘전술핵 배치’를 시사하는 한편, 야당의 비판에 대해선 ‘친북 프레임’을 가동하고 나섰다. 다만 이러한 국민의힘 태도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안보의 정치적 활용′이라고 비판하며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모습이다.

12일 국민의힘 내에선 북의 핵 위협과 관련해 ‘전술핵 배치’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 조각이 됐다”며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이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지난 1991년 남북이 핵무기의 시험 및 보유 등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9‧19 남북 군사합의 역시 지난 2018년 ‘일체적 적대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남북의 무력 충돌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탄생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7차 핵실험 가능성 등에 따라 이러한 약속이 무위로 돌아갔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더 이상 해당 조약들에 기대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바라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정 위원장은 자신의 메시지가 ‘전술핵 배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여권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11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스스로도 핵 능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도 ‘핵무장’의 필요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 ‘위기’ 강조하며 정국 주도권 잡기?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정부와 여당이 전술핵을 공론화하는 데는 현 상황을 ‘위기’라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하려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지난 100일 기자회견 때 발언하고 기조가 달라진 측면이 있다”며 “여당으로선 현실상 북한의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고 정부의 정책 변화를 조금 더 서포트하겠다는 기류가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차적으로는 안보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앞서 민주당이 한미일 군사훈련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향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데다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정 위원장의 ‘친일 논란’이 불거진 것도 국민의힘으로선 불편한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강경책’을 냄으로써 분위기를 전환하는 효과를 기대하겠다는 심산이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겨냥한 ‘친북 프레임’을 재가동 한 것은 이러한 의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특히 목표는 ‘친일 논란’을 부추긴 이 대표로 특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외신의 평가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전날 “그렇게 국방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북한에) 핵실험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 한마디는 왜 못하나”라고 지적했다.

즉각 민주당은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에 대해 “본인 실수를 다른 이슈를 제기해 덮으려고 하는 정치적 속셈”이라고 평가하며 “자신의 잘못을 새로운 이슈를 통해서 덮으려고 하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친일 망언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자 뜬금없는 주장으로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 같은데 안보를 정쟁에 이용하지 말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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