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의 무력 도발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한반도 내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법의 핵 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과 거리를 두고 있던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실질적 핵공유’ 요청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시인도 부인도 않는)를 한 것으로, 미국 측과 여러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전술핵 재배치’의 여러 부작용

최근 북한의 전술핵부대 훈련 공개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해지고, 올 들어 꾸준히 제기됐던 북한의 7차 핵실험 실시 우려가 커지면서 확장억제 강화 목소리가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은 전술핵부대 훈련 종료일이라고 언급한 지 사흘 뒤인 지난 12일 새벽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현지 지도하에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북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지난 1991년 철수했던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이탈하게 되고, 또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한국의 자체 핵무장 역시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 수위가 고조되더라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공격 표적이 되고 NPT 등 국제규범을 위반할 뿐 아니라 한미동맹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 때문에 나온 것이 미국의 항공모함(항모) 전단,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 인근에 상시 순환배치하는 방식의 ‘실질적 핵공유’다. 이날 ‘조선일보’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국이 미국의 전술핵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강화하자고 미 행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항공모함 전단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한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상시 순환배치하는 방안 등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독일 등 유럽 5국에 미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놓고 공동 운용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 절충안인 ‘실질적 핵공유’ 논의 부상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국내와 미국 조야의 확장억제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했다. 안보와 직결된 사항이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말도 추가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 역시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질적 핵공유를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안을 협의하고 논의하고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은 위에 언급된 핵 탑재 항모나 잠수함 상시 순환배치를 통해 핵공유가 될 것으로 보고 있을까.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는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미국과 실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까 말씀드린 것으로 갈음하겠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 역시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질적 핵공유에 대해 “앞으로 상황 발전에 따라서 여러가지 창의적인 해법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에서 핵공유 문제를 검토하는 단계도 아니며,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는 사항도 없다고 했다. 

이는 대통령실과 정부 모두 북한의 7차 핵실험이 감행될 경우 새로운 방식의 확장억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뜻한다. 아울러 여권의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 등의 주장과는 결이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국내외 반발을 고려해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고수하면서 검토할 수 있는 절충적 선택지를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이 실질적 핵공유를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해당 방식 역시 미국 정부가 견지해온 핵무기 비확산 기조와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같은 방식 또한 NPT 탈퇴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한반도 주변에 핵을 탑재한 항모가 배치된다면 인접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상시 배치는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해당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국면 전환을 위한 ‘말잔치’로 끝날지 지켜볼 문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전문가들 “한국 핵무장, 득보다 실…북한 공격 표적, 국제규범 위반, 미한동맹 약화” / 미국의 소리, 2022년 10월 13일
https://www.voakorea.com/a/6787767.html

- 尹정부, 미국에 ‘실질적 핵 공유’ 요청했다 / 조선일보, 2022년 10월 13일 
https://www.chosun.com/politics/diplomacy-defense/2022/10/13/5IJVYKDGXBBY5MPJVD5OPC3Z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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