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근길 약식회견을 시작했다. 이를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라고 한다. 단어 뜻 그대로 취재진이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대통령이 들어오면 현안에 대한 간단한 소회와 질답을 나누는 형태다.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대통령의 정무적인 부담이 크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아침마다 취재진 앞에 선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기사를 읽다보면 '대통령은 오늘 아침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또 대통령이 아침에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독자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굿모닝 프레지던트'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해 ‘관행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전날 시정연설에 대해 설명하고 “의원님들께서 전부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안타까운 건 정치 상황이 어떻더라도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30여년 간 우리 헌정사에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온 게 어제부로 무너졌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 상황에 따라 대통령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이 종종 불참하는 일들이 생기지 않겠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 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것 아니냐, 국회를 위해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며 “좋은 관행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이후 34년간 여야 모두가 참석했다.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경우에 야당이 항의 차원에서 퇴장하는 일은 있었지만, 대통령이 국회에 왔을 때 야당이 불참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전날 민주당이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이 직접 하는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야당의 보이콧을 에둘러 비판했다. ‘관행이 무너졌다’, ‘국민의 신뢰가 약해질 것’이라는 발언 속에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야당과의 협치’를 넣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런 지적에 대해 “시정연설에서 야당이라는 말은 안 썼지만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고 협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협치’라는 표현은 없었어도 협조, 협력이라는 단어를 통해 협치에 대한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 5월 첫 시정연설 당시 영국의 처칠(보수당)-애틀리(노동당) 전시 연립내각을 언급하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다른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저축은행 비리는 빼고 대장동 특검만 수용하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거기에 대해선 이미 많은 분들이 입장을 냈다”며 사실상 수용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전날 시정연설에서 여야 정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음이 드러났지만,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같은 상황을 풀어가기보다는 강대강 대치를 유지하려는 태도인 셈이다. 여야 정치권 대립을 통해 ‘집토끼’ 결집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이날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전문이다. 

2022년 10월 26일 오전 8시 56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로비

<모두발언>

경제와 안보 상황은 녹록지 않아도 가을하늘은 드높고 맑습니다. (웃음)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어제 639조의 정부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우리 국회와 국민께 그리고 국내외 시장에 알리고, 건전재정 기조로 금융 안정을 꾀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방향을 국내외 시장에 알림으로써 국제신인도를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그런 의미를 담았습니다. 우리 의원님들께서 전부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 심사를 마쳐서 내년부터는 우리 취약계층의 지원과 우리 국가 발전과 번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면 하는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네. 질문 있으시면.

<질의응답>

Q. 어제 시정연설에서 야당과의 협치라는 말을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잖아요. 근데 현 시점에서 대통령님이 생각하는 협치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어제 시정연설에서 뭐 야당이라는 말은 안 썼지만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고, 협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Q. 지금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관련해서 한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서 한국 자동차 업계에서 조금 긴장감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A. 글쎄 미국 정부의 일반적인 입장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지켜보시죠. 네.

Q. 어제 비어있는 국회가 분열의 정치를 상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셨고 이 정국 어떻게 해결하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뭐 정치라고 하는 것은 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다만 좀 안타까운 것은 정치 상황이 어떻더라도 과거의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30몇년 간 우리 헌정사에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것이 어제부로 무너졌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는 정치 상황에 따라서 대통령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이 불참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지 않겠나 싶고. 그것은 결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 국민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것이 아니냐, 국회를 위해서도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관행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특검에 대해서 대통령의 정확한 입장은? 

A. (질문 중간에 끊고 들어가며) 자,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입장을 다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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