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보이콧을 한 주된 이유는 윤 대통령의 ‘이XX’ 발언 논란에 대한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의당 역시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김진표 국회의장도 시정연설에 앞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여러 차례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서도 사과 요구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 김진표·정의당도 사과 요구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 앞서 비공개 사전환담이 시작되자 “환담장에 오면서 편하셨나. 사과에는 시기가 따로 있지 않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환담장에는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과 국민의힘, 정의당 지도부가 있었다. 사과를 요구하며 보이콧을 한 민주당 지도부는 환담에 오지 않았다. 

그러나 참석자 전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같은 요구에 “하지 않은 발언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사과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은 ‘사과할 만한 일이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김 의장이 윤 대통령의 ‘이XX’ 발언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에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단순한 말실수이고 해프닝일 수 있는 것이니 시정연설 전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였다. 

김 의장은 특히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하루 전날인 지난 24일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에도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 입장할 당시 ‘이xx 사과하라’, ‘국회무시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으로 시위를 했다.

‘이XX’ 발언 논란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당시에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미국 순방 중 ‘이XX’ 발언을 했다고 비판을 받았는데, 대통령실은 당시 이를 해명하면서 ‘이XX’는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같은 해명 때문에 야당은 지금껏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해왔다. 

◇ 여권서도 비판 목소리

그렇다면 한 달이 넘은 일인데 아직도 사과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XX’ 발언 논란 이후 정국은 경색됐다. 거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수사,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원 발표, 그리고 검찰의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이었다. 

대통령이 해당 논란에 대해 유감 표명이라도 한다면 여야 대치 전선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가능성이 있기에 이같은 요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민주당의 또 다른 요구는 이 대표가 제시한 ‘대장동 특검 수용’이었지만, 그럼에도 요구사항 중 한 가지인데다 국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사과의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해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김진표 의장이나 이은주 위원장이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했고, 대치 전선은 더욱 강해졌다. 비공개 환담에서 사과를 요구한 이은주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을 향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이라고 비난했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참사보다 더 국민을 화나게 하는 것은 잘못을 하고도 인정을 하지 않고 사과할 줄도 모르는 대통령의 오만한 태도”라고 일갈했다. 

여권에서도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KBC ‘백운기의 시사1번지’와의 인터뷰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또 사과까지 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사과를 안 하고 버티기식으로 하는 것 같다”며 “사과를 거부하거나 그냥 안 해버리면 그만일 텐데 왜 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라고 얘기를 하시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함께 출연한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도 “(이XX가 한국 국회라고 해명한) 김은혜 홍보수석에 대해 어떤 인사 조치를 한다거나 뭘 한다거나 하면서 입장을 바꿔야 국민들이 어느 정도 납득할 텐데 김은혜 홍보수석은 그대로 놔두고 특별한 해명 없이 이렇게 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실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근거자료 및 출처

 

-KBC : 백운기의 시사1번지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QsgsSq4mtY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