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 자동차부문 판매실적이 올해도 아쉬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혼다코리아
혼다코리아 자동차부문 판매실적이 올해도 아쉬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혼다코리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혼다코리아가 올해도 자동차부문에서의 판매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에서 시작된 부진의 터널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뺀 닛산의 뒤를 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 또한 계속되고 있다.

◇ 부진 거듭하는 자동차 판매… 철수 가능성은 낮아

273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신규 등록대수 집계를 통해 확인된 혼다의 지난달 판매실적이다. 혼다는 지난 9월에 이어 10월에도 월간 판매실적이 300대를 넘지 못했다. 10월까지 누적 판매실적은 2,813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1.22% 감소한 수치다.

2000년대 초반 설립돼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던 혼다는 2008년 수입차업계 연간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당시 수입차업계 최초로 연간 판매실적 1만대를 돌파하는 뜻 깊은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던 혼다다.

혼다의 최근 자동차부문 판매실적 부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하반기부터다.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혼다 뿐 아니라 일본차 브랜드 모두 큰 타격을 면치 못했다. 일본 브랜드 차량들이 도로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심지어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는 곳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에 △2017년 1만299대 △2018년 7,956대 △2019년 8,760대를 기록했던 혼다의 연간 판매실적은 2020년 3,056대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역시 4,355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긴 했으나 목표로 설정했던 6,000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어 올해는 판매실적이 재차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최근 월간 판매실적 추세를 고려하면, 혼다의 올해 연간 판매실적은 3,500대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혼다코리아 측은 “올해 설정한 목표치는 없으나, 예상 판매치는 3,200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부진에 원인에 대해 “지난해에는 신차가 다수 출시돼 신차효과가 있었지만 올해는 반도체 수급난과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생산 문제 등 대외적 요인으로 판매량이 다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3년 여간 이어지고 있는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일본차 브랜드 이미지 저하, 전 세계 자동차시장을 덮친 반도체 수급대란, 다소 정체된 신차 출시 등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혼다가 판매 부진을 딛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부진이 거듭되면서 한국시장 철수를 둘러싼 우려 섞인 시선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같은 일본차 브랜드인 닛산이 이미 한국시장을 떠난 바 있다는 점에서 혼다의 행보는 더욱 이목을 집중시킨다.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를 운영 중인 한국닛산은 일본 불매운동이 불거진 직후인 2020년 5월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그 해 연말 사업을 정리했다. 2019년 닛산의 국내 판매실적은 3,049대, 인피니티는 2,000대였다.

물론 혼다코리아의 한국시장 철수 문제는 한국닛산과 큰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모터사이클부문의 존재다. 혼다는 전 세계 오토바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과 함께 1위의 위상을 자랑한다. 한국시장에서 자동차부문보다 모터사이클부문을 먼저 시작했던 혼다코리아 역시 현재 국내 오토바이 시장에서 1위를 지키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배달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혼다코리아의 모터사이클부문이 큰 수혜를 입기도 했다.

혼다코리아에 따르면 자동차부문과 모터사이클부문은 각각 절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혼다코리아가 자동차부문 부진을 이유로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자동차부문만 따로 정리하는 것 역시 당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네트워크와 인프라, 그리고 양 부문을 함께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시너지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자동차부문 실적 부진에 따른 고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전을 꾀하지 못한 채 부진이 계속될 경우 끝내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혼다코리아 측은 “판매량 회복을 위해 혼다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고객 만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으로 올해 ‘혼다 데이’ 행사를 새롭게 선보여 총 3회 진행했고, 혼다 마일리지 클럽 등 장거리 이용 고객 대상 로열티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혼다코리아는 내년 상반기 중 CR-V 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혼다코리아가 자동차부문의 부진을 씻고 옛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브랜드별 신규등록 집계
2022. 11. 7. 현재 한국수입자동차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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