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제 볼보·폴스타, 해외보다 韓 저렴하게 공급… 혼다도 가격 내릴까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1월 열린 신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 혼다코리아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1월 열린 신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 혼다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혼다코리아가 올해부터 신차 온라인 판매 및 정찰제(One Price)를 도입하고 재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혼다코리아는 ‘소비자 편의’를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특히 ‘정찰제’의 경우, 동일한 판매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오히려 줄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 수입차 정찰제, 소비자 불편 해소… ‘가격인상’ ‘소비자 피해’ 없어야 

최근 국내 수입자동차 업계를 살펴보면 기존 딜러사 체제의 오프라인 판매와 함께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추세다. 혼다코리아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혼다코리아는 ‘온라인 판매’를 개시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오프라인 전시장을 운영하는 파트너 딜러사와 협의를 진행했으며,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정찰제’다. 혼다코리아가 정찰제를 시행하는 이유는 차량 판매 가격이 전시장마다, 영업사원마다 조금씩 다른 현상에 일부 고객들의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찰제를 시행하게 되면 전국 혼다 전시장의 모든 영업사원들이 동일한 차량은 동일한 가격에 판매를 하게 되며, 온라인 판매 가격도 동일하게 책정된다.

다만 정찰제는 장·단점이 공존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딜러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각 딜러사 별로, 같은 딜러사 내에서도 지점 및 영업사원마다 다른 할인 정책을 운영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 경우 발품을 파는 일부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은 소비자에 비해 동일한 차량을 수백만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딜러사 간 과당경쟁으로 과도한 할인이 제공되는 경우 차량의 가치가 하락하고 향후 중고차로 매각하는 경우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혼다가 정찰제를 도입하게 되면 파트너 딜러사 간에 과당경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동시에 혼다 차량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들은 여러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차량의 감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 혼다
혼다는 올해 어코드와 CR-V, 파일럿 3종을 세대 변경 거친 신차로 교체하고 이와 동시에 정찰제를 시행한다. / 혼다

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 혼다 측이 책정한 차량가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의미다. 좀 더 싸게 차량을 구매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만약 혼다 측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애초부터 가격을 높게 책정할 경우,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거세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판매량 하락과, 파트너 딜러사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피해로 확산될 수 있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서는 정찰제를 도입해 할인 없이 운영하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볼보자동차코리아와 폴스타오토모티브코리아 두 곳이다. 볼보자동차와 폴스타가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차량의 가격은 해외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 때문에 별도로 할인을 하지 않더라도 볼보와 폴스타 고객들은 불만이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예시로 폴스타는 폴스타2의 가격을 트림별로 △롱레인지 싱글모터 5,490만원 △롱레인지 듀얼모터 5,990만원 등으로 책정해 판매 중이다. 지난해 1월 출시 당시에 비해 듀얼모터만 200만원 인상된 수준이다. 또한 일부 옵션 구성에 따라 가격이 조금 인상된 점도 있지만, 여전히 해외 시장 판매가격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로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폴스타2의 시작 가격은 △미국 6,367만원(4만8,400 달러) △영국 7,280만원(4만4,950 파운드) 등이다.

볼보 C40 리차지도 국내 시장에서는 6,491만원에 판매 중이지만 해외 판매 시작 가격은 △미국 7,271만원(5만5,300 달러) △영국 7,826만원(4만8,355 파운드) 등으로 차이를 보인다. 옵션을 동일하게 구성할 경우 이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이 외에도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델의 가격을 해외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책정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볼보와 폴스타의 정찰제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인 셈이다. 혼다의 정찰제도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찰제 운영에 걸맞은 합리적인 가격 책정 등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정찰제를 시행하는 시점이 구형 모델의 재고를 모두 소진한 후 신차를 도입하는 시기와 맞물리게 된 만큼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더욱 중요한 대목이다. 혼다는 올해 상반기 CR-V와 어코드, 파일럿 등을 순차적으로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새롭게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딧세이도 연식변경을 거친 모델로 변경한다. 혼다에서 판매하는 모델이 신차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판매가격을 기존보다 인상하고 할인을 적용하지 않는 정찰제로 운영한다면 비판을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도입을 통해 최근 변화되는 고객 니즈 및 구매 트랜드를 반영하고, 고객 만족도 및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정찰제 시행은 올해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며, 재고 모델에도 동일하게 정찰제를 적용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에는 딜러가 아닌 혼다코리아 주체로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혼다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3,14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7.9% 감소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어 올해 1월과 2월에도 각각 69대, 161대를 판매해 누적 230대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실적이 58.3% 감소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혼다코리아, 2023년 신년 기자간담회서 온라인 판매 및 정찰제 발표 내용
2023. 01. 12 혼다코리아
볼보자동차 및 폴스타 미국·영국 등 해외 시장 판매 가격 비교
2023. 04. 03 볼보자동차·폴스타 미국·영국 홈페이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2022년 12월 및 2023년 1월·2월 판매 실적
2023. 04. 03 한국수입자동차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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