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립 국면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 발언에 야당은 ‘민주당을 뜻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민주당이 주도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또 야당 압수수색에 대해 윤 대통령은 ‘여당 시절을 생각하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막바지에 들어선 국정감사 뿐 아니라 11월 예산안 심의 때도 진통이 예상된다. 

◇ 윤 대통령, 현안마다 야당과 대립각

20일 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은 취재진의 관심사였다. 전날(19일) 검찰이 야당을 압수수색하려 했고, 같은날 윤 대통령이 여당 원외당협위원장과의 오찬에서 “종북 주사파는 협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져서다. 또 민주당이 전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정부·여당이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농민에게 도움이 안 되는 법안이니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사실상 민주당의 주도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이날 취재진이 윤 대통령에 던진 질문 역시 야당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전날 윤 대통령이 ‘종북 주사파’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해야 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 마침 거기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답변을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을 하면서도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여기서 ‘본인’은 ‘종북 주사파가 야당을 뜻한 것이냐’고 반발한 민주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야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수사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언론 보도나 보고 아는 정도”라고 ‘대통령실 기획 사정’ 주장을 부인했지만, “지금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그런 것들을 좀 생각해보면 그런 얘기(야당 탄압)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물론 대통령실은 이날 ‘종북 주사파’ 발언에 대해 헌법 66조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가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에 동조하는 이들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는 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이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도 “대통령도 특정인, 특정 세력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그런 얘기(야당의 반발)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야당 압수수색 영장이 나오는 등 검찰의 행보가 의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의 발언과 검찰의 수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범계 윤석열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장 등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피켓을 들고 야당탄압 규탄 및 보복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범계 윤석열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장 등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피켓을 들고 야당탄압 규탄 및 보복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야당 협조 기대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검찰 수사 △‘종북 주사파’ 발언 △양곡관리법 등 각각의 현안마다 야당과 대립각을 세운 것은 드러난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갈등의 ‘진정’이 아닌 갈등의 ‘심화’를 부르는 발언인 셈이다. 이럴 경우 169석 민주당의 반발을 살 것이고, 당장 진행되는 국정감사 뿐 아니라 곧바로 이어지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정부조직개편안 등 주요 법안 처리도 어려워진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정부 ‘때리기’ 강도를 높였다. 황명선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정 지지율 20%대를 기록하는 대통령이 국정은 실패하면서, 이념 선동 발언으로 증오의 정치, 보복의 정치를 일삼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국민과 야당을 용공으로 몰아 탄압하려는 것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DNA인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중지 △대통령의 ‘야당 탄압’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 경질 및 서울중앙지검 인사 문책 지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러한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정감사에 응할 수 없다. 정치수사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을 두고도 여야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여야, 혹은 대통령과 야당의 갈등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국 경색의 최대 고비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로 전망된다.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 돼야 하는데, 야당이 협조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2024년 총선만 기다린다’는 추측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총선 승리’를 강조했다고 한다. ‘여소야대’ 지형을 깨는 것이 윤 대통령에게 중요한 일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도어스테핑은 총선으로 지형이 바뀌기 전까지는 갈등 해소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정도로 ‘대립적인’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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