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사실상 양자대결 구도로 굳혀진 가운데,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이들의 메시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사실상 양자대결 구도로 굳혀진 가운데,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이들의 메시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간결해진 가운데,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신경전도 격화되고 있다. 사실상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우세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대를 효과적으로 옭아매야 당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어 이들의 신경전도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안 의원을 향해 “적반하장”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앞서 안 의원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의원이 ‘친윤계’와 협력관계를 유지해 소속 의원들이 공천을 우려하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이 이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오히려 김 의원은 이러한 ‘공천 위험성’은 안 의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 의원 같은 경우는 다음 대선을 나가겠다고 공개적으로 행보를 하고 계신다”며 “대선에 나가겠다는 분들이 공천과정에서 사천을 하거나 낙하산 공천을 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지 본인 입장이 전혀 밝혀진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전은 비단 ‘공포 정치’ 공방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부부 동반 만찬’을 두고도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지난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정치펀치’에 출연한 안 의원은 해당 사실을 아내에게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김 의원 측에선 그런 말씀을 들으면 거의 실시간으로 기자실에 속보로 나왔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 측은 발끈했다. 김 의원 캠프 김시관 수석대변인은 “속보가 나온 사실은 없다”며 “오히려 안 후보 부부의 만찬 사실이 사전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고 꼬집었다. 

이는 오히려 김 의원의 ‘반격’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김 대변인은 “2009년 ‘아내에게 얘기도 안 하고 연구실서 곧바로 입대했다’고 했는데 정작 부인은 ‘남편이 입대하는 날 서울역에서 기차 태워주고 오면서 울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우리 당을 공격했던 안 후보님의 어록과 각종 의혹, 거짓말 논란에 대한 자료가 캠프로 쇄도하고 있다”며 “거짓의 정치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 “철새 정치” vs “단일화도 잘못?”

‘상한 감정’은 더욱 격화된 설전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의 ‘정치 인생’을 통으로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를 자아냈다. 대표적으로 안 의원의 ‘꼬리표’인 ‘철새 이미지’ 부각에 힘을 줬다.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철새 정치를 하거나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정치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말한 게 도화선이 됐다. 김 의원 측 김시관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김 후보는 철새정치, 기웃거리기 정치를 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선언했다”며 이를 적극 뒷받침했다.

안 의원은 곧장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인천경영포럼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하시는 말씀은 제가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열심히 도운 게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또 대통령과 단일화를 해서 정권 교체를 한 것도 잘못이었다는 말씀인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날 펜앤드마이크 창간 5주년 기념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굉장히 큰 실례”라고 김 의원을 비판했다.

두 의원의 설전이 격화되는 데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와 함께 사실상 당권 경쟁 구도가 양자 구도로 굳어진 데 따른 것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어느 누구의 ‘우세’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다는 점도 신경전을 부추기는 지점이다. 당장 안철수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도움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이런 가운데 나 전 의원을 향한 ‘구애’에도 두 의원 모두 힘을 쏟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아직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이라면서도 “영원한 당원이기 때문에 뿌리를 같이 하는 사람끼리 서로 마음을 맞추기가 좋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이날 “문자로 위로의 말씀을 남겼다”며 “아마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가 되면 그때 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과열되는 전당대회 양상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의 기저엔 사실상 ‘윤심’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만큼 ‘전당대회의 본질’을 되짚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권 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로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고 국민의힘 개혁과 대한민국 희망을 선언하는 전당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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