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 5일 ‘자산재평가 실시 결정’을 공시했습니다. / 한세엠케이
한세엠케이는 지난 5일 ‘자산재평가 실시 결정’을 공시했습니다. / 한세엠케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세예스24그룹의 패션부문 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한세엠케이는 지난 5일 자율공시 사안인 ‘자산재평가 실시 결정’을 공시했습니다. 재평가 대상은 토지 및 건물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본사사옥과 덕평물류센터, 파주물류센터, 여주375아울렛 등입니다.

자산재평가란 무엇일까요?

자산은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유·무형의 유가치물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기업이 소유 중인 재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성격이나 형태는 무척 다양한데요. 사업을 통해 벌어들여 보유 중인 현금은 물론이고 생산이나 업무를 위해 필요한 공장, 기계, 사무실, 그리고 생산을 완료해 판매를 앞두고 있는 재고도 모두 자산입니다. 또한 물리적 실체가 없는 특허권이나 상표권, 소프트웨어 등의 무형자산도 있죠.

이러한 자산은 기업 재무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데요. 모든 것의 가치가 그렇듯 자산 또한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볼까요. A기업이 공장을 짓기 위해 10억원을 들여 토지를 매입했는데, 개발 호재로 땅값이 10배 올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취득가액이 10억원인 토지의 가치는 100억원에 이르게 될 겁니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B기업이 직원의 영업활동을 위해 구입한 차량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C기업이 투자 차원 등으로 보유 중인 다른 기업 주식도 주가에 따라 그 가치가 변화하곤 하죠.

따라서 기업의 자산 가치가 재무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기업이 10억원을 들여 매입한 토지를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재무상 반영될 수 없습니다. 비교적 그 가치를 그때그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주식이나 기간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감가를 반영할 수 있는 성격의 자산은 이러한 문제가 덜하지만요.

이처럼 물가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재무상 기업 자산과 실체 가치의 차이가 커졌을 때 이를 바로잡는 것이 바로 자산재평가입니다.

한세엠케이가 이 시점에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자산재평가를 어떤 주기, 혹은 시점에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기업 자체적으로 필요성을 인식해 결정 및 실행하는 기업 활동의 하나입니다.

때문에 자산재평가 여부나 시점엔 기업의 의도가 투영되기 마련인데요. 일부 기업은 재무상 자산이 실제 가치와 크게 다른 것을 인지하면서도 자산이 늘어나는 데에 따른 부담 등을 고려해 오랜 기간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기도 합니다. 반면, 재무상 문제 또는 위기를 해소하고자 자산재평가를 활용하는 기업도 있죠.

한세엠케이도 그런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한세엠케이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2019년 238억원 △2020년 188억원 △2021년 120억원 △2022년 2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도 △2019년 437억원 △2020년 230억원 △2021년 309억원 △2022년 377억원을 남겼습니다.

적지 않은 규모로 지속된 적자는 당연히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우선, 2018년 말까지만 해도 2,000억원대였던 자산규모는 한세드림 흡수합병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 말 1,274억원까지 감소했습니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으로 이뤄지는데, 자본의 감소가 두드러졌죠.

자연스레 부채비율은 위를 향했습니다. 2019년 말과 2020년 말만 해도 각각 83.64%, 92.29%였던 부채비율이 2021년 174.99%, 지난해 상반기 말 216.37%로 뚜렷하게 증가했죠. 이어 한세드림과 합병을 단행한 지난해 말엔 481.97%, 가장 최근인 올해 1분기 말엔 536.67%까지 치솟았습니다.

또한 2018년 말 기준 1,200억원 이상 쌓여있던 이익잉여금도 증발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말 기준 결손으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이처럼 재무 문제가 심각한 한세엠케이는 최근 만기가 도래한 사모채를 상환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인 동아출판으로부터 200억원의 자금을 빌리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단행한 한세드림과의 합병과 계열사 자금 대여를 통한 사모채 상환 모두 실적 및 재무 문제 해결을 위한 행보입니다. 

이어진 자산재평가 결정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꺼내든 ‘특단의 카드’로 볼 수 있습니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이 늘어나면 당장의 수익 확대나 자금 조달 없이도 부채비율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활용 가능한 담보 규모가 증가해 차입 여력도 더 커질 수 있죠.

재무 개선이 시급한 한세엠케이가 자산재평가를 통해 어느 정도 효과를 얻게 될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세엠케이 ‘자산재평가 실시 결정’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605800217
2023. 6. 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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