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반기보고서와 3분기 분기보고서, 사업보고서의 임원 현황에 임기만료로 퇴임한 전직 사외이사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반기보고서와 3분기 분기보고서, 사업보고서의 임원 현황에 임기만료로 퇴임한 전직 사외이사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상장사들이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제공하도록 하는 공시제도는 자본시장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이러한 공시제도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요건으로 △공시의 신속성 △정보의 정확성 △정보내용 이해의 용이성 △정보전달의 공평성을 꼽고 있죠.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은 공시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사실과 다른, 부정확한 내용의 공시는 공시제도의 질서를 흔들 뿐 아니라 애꿎은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세예스24그룹의 주요 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반기보고서와 3분기보고서, 그리고 사업보고서에 줄줄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왜 떴을까’보단 ‘왜 안 뜰까’에 물음표를 붙여 봅니다.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를까요?

지난해 8월 공시된 한세엠케이의 반기보고서를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원 및 직원 등의 현황 항목 중 임원 현황을 보면 4명의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당시 실제 재직 중인 사외이사는 3명이었습니다. 임원 명단에 포함된 조태현 ‘전’ 사외이사가 지난해 3월 15일 임기만료로 물러났기 때문이죠.

해당 임원 명단에도 조태현 전 사외이사의 임기만료일은 2022년 3월 15일로 기재있습니다. 또한 주석을 통해 ‘상기 사외이사 조태현은 2022년 3월 15일자로 임기만료되었습니다’는 설명도 붙어있죠. 다만,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조태현 전 사외이사를 현직으로, 한세엠케이의 사외이사 숫자를 4명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통상 임기를 마친 사외이사는 해당 시점의 보고서를 끝으로 임원 현황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은 ‘임원은 공시서류작성기준일을 기준으로 기재하되, 공시서류작성기준일 이후 공시서류제출일 사이에 신규로 선임한 임원이 있는 경우 해당 임원을 추가 기재하고, 퇴임한 임원이 있는 경우에는 표 하단에 그 사실과 사유를 별도로 기재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조태현 전 사외이사는 2021년 사업보고서까지만 임원 현황에 포함되고, 주석을 통해 임기만료로 물러났음을 기재하는 것이 맞습니다. 실무적 차원에서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해도 지난해 1분기 분기보고서까지만 임원 현황에 포함되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런데 그의 이름은 지난해 반기보고서 뿐 아니라 3분기 분기보고서, 그리고 올해 3월 공시된 사업보고서에도 등장합니다.

물론 이는 실무자의 착오 또는 단순 기재오류로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은 아니죠. 만약 중요한 공시가 사실과 다른 내용이거나 번복될 경우 관계당국에 의해 엄정한 제재를 받게 되는데, 해당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그대로 방치해둬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중을 떠나 어떤 이유에서건 공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거나 변화가 발생한 경우 이를 정정해 바로잡는 것이 상장사의 책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는데요. 코스피 상장사인 현대차증권은 2019년 3분기 분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2021년 4월 정정공시한 바 있습니다. 해당 분기보고서 및 사업보고서에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비밀이 숨어있었기 때문인데요. ‘나도 돈 많이 벌고싶다’ ‘공시업무 지겨워’ ‘현대차증권 파이팅’과 같은 글이 공시 곳곳에 숨어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흰색으로 적혀있다 보니 그냥 봐서는 드러나지도 않았죠. 마우스로 드래그를 해야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현대차증권은 정정공시를 통해 해당 문구들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한세엠케이는 <시사위크>의 취재문의를 통해 지난해 반기보고서와 3분기 분기보고서, 사업보고서 등이 잘못 작성된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정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한세엠케이는 2017년부터 매년 10월 실시해오고 있는 영업손익 전망 공시도 번번이 실제 실적과 크게 달라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관련기사:실적 전망 번번이 ‘헛발질’… 한세엠케이, ‘양치기소년’ 전락) 단순히 숫자가 크게 틀릴 뿐 아니라, 흑자전환 전망이 단 한 번도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죠. 한세엠케이가 상장사로서의 책무, 그리고 공시가 지니는 무게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음표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한세엠케이를 이끄는 오너 2세 경영인 김지원 대표는 실적 개선, 특히 흑자전환이 최대 당면과제로 꼽힙니다. 대표로 취임한 이후 줄곧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죠. 그런데 ‘정확한 공시’ 또한 흑자전환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입니다.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공시 관련 강화도 꼭 필요해 보입니다.

한편, 이에 대해 한세엠케이 측은 “공시 내 잘못 기재된 부분을 인지, 올해부터 공개되는 향후 공시에서는 정상 기재를 목표로 노력하기로 했고 기존 공시 내용 역시 순차 수정해나갈 것”이라며 “또한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와 해외시장 상황 등 예측 불가능한 외부 변수가 다양하게 등장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실적 전망치와 실제 결산의 차이가 벌어진 바 있다. 올해 결산 완료 후에는 실적 전망치와 실제 실적의 차이가 크지 않을 예상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세엠케이 2022사업연도 반기보고서, 3분기 분기보고서, 사업보고서 공시
각 시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2023. 2. 20. 금융감독원

 

해당 기사는 2023년 4월 3일 오후 4시 50분경 포털사이트 등으로 최종 출고됐으나, 이후 2023년 4월 5일 한세엠케이 측이 입장을 전달해옴에 따라 이를 반영,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수정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수정 후) 한세엠케이 측 입장 추가

한편, 이에 대해 한세엠케이 측은 “공시 내 잘못 기재된 부분을 인지, 올해부터 공개되는 향후 공시에서는 정상 기재를 목표로 노력하기로 했고 기존 공시 내용 역시 순차 수정해나갈 것”이라며 “또한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와 해외시장 상황 등 예측 불가능한 외부 변수가 다양하게 등장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실적 전망치와 실제 결산의 차이가 벌어진 바 있다. 올해 결산 완료 후에는 실적 전망치와 실제 실적의 차이가 크지 않을 예상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시사위크는 ‘기사수정이력제’를 통하여 기사가 수정된 이유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고,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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