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소아청소년과 현주소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운영하던 전문의들이 소청과가 아닌 일반의로서 다른 과목의 진료를 보겠다고 발표했다. 환자수 감소에 따른 경영난과 낮은 진료비 수가 등으로 인해 더이상 소청과 간판을 내걸고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운영하던 전문의들이 소청과가 아닌 일반의로서 다른 과목의 진료를 보겠다고 발표했다. 환자수 감소에 따른 경영난과 낮은 진료비 수가 등으로 인해 더이상 소청과 간판을 내걸고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김두완·정소현 기자  “소아청소년과를 폐과합니다.” 지난 3월 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병·의원을 운영하던 전문의들이 소청과가 아닌 일반의로서 다른 과목의 진료를 보겠다는 것이다. 환자수 급감과 낮은 진료비 수가로 인해 더이상 소청과 간판을 내걸고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도대체 소청과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출생아 수 연평균 7.8% 감소, 5년간 폐업한 소청과 550곳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소청과 폐과 선언의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심각한 경영난과 △열악한 처우가 그것이다. 저출산 장기화로 소청과의 진료대상인 아동 인구가 감소한 데다,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마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더이상 병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통계청 ‘2022년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26만600명)보다 1만1,500명(-4.4%) 감소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연평균 약 7.8% 감소했다.

소청과 의원 수는 201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221개소이던 전국 소청과 의원 수는 2022년 기준 2,135개소로, 86개소가 줄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18년 509개에서 2022년 456개로 줄었다. 5년 동안 53곳의 개인병원이 문을 닫은 것이다. /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소청과 의원 수는 201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221개소이던 전국 소청과 의원 수는 2022년 기준 2,135개소로, 86개소가 줄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18년 509개에서 2022년 456개로 줄었다. 5년 동안 53곳의 개인병원이 문을 닫은 것이다. /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통계포털, 그래픽=이주희 

저출산 현상은 아동 인구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는 소청과의 진료대상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통계연보(2017~2021)’에 따르면 건강보험 보장 연령(건강보험가입자+기초급여 대상자) 만 0~9세 아동수는 2016년 446만명에서 2021년 380만명으로 연평균 약 3.8%씩 감소하고 있다.  (*참고로, 소청과는 진료과목명처럼 신생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한다. 그중 만 0~9세 아동은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해 질환 발생이 많고, 전문적인 소아진료 필요성이 높다.)

설상가상 코로나19까지 맞물리면서 소청과는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개업(519개)하는 곳보다 폐업(550개)하는 곳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이었던 2020년과 2021년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 보건의료지원현황통계(2018년~2022년)>에 따르면 ‘동네소아과’로 불리는 의원(개인병원)은 2020년 103곳이 문을 연 반면 154곳이 간판을 내렸다. 2021년에는 93곳이 개원하고, 120곳이 폐원했다.

소청과 의원 수는 201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221개소이던 전국 소청과 의원 수는 2022년 기준 2,135개소로, 86개소가 줄었다.

코로나19까지 맞물리면서 소청과는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개업(519개)하는 곳보다 폐업(550개)하는 곳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소청과는 필수진료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청과) 중 2018년 대비 폐원 수가 가장 많다. /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래픽=이주희
코로나19까지 맞물리면서 소청과는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개업(519개)하는 곳보다 폐업(550개)하는 곳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소청과는 필수진료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청과) 중 2018년 대비 폐원 수가 가장 많다. /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래픽=이주희

소청과는 필수진료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청과) 중 2018년 대비 폐원 수가 가장 많다. ( *참고로 의료계에서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를 ‘필수진료과목’으로 꼽는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과이자, 응급 상황이 많은 분야라서다. 현행 의료법상 종합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선 해당 4개 진료과목 중 3개 진료과목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

병·의원의 수입원인 진료비 추이를 살펴봐도 소청과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 진료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1만4,285원이던 소청과의 입(내)원일당진료비는 2021년 1만8,201원으로 3,900원 정도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내과, 외과, 산부인과는 각각 △2만4,945원→3만7,934원 △3만9,770원→6만84원 △4만6,421원→8만2,172원으로 증가했다. ( *입(내)원일당진료비는 요양급여비용을 환자들의 입(내)원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 소청과, 필수진료과목 중 인당 진료비 감소 유일

총 요양급여비용(환자본인부담금+공단부담금)을 진료인원으로 나눈 ‘인당 진료비’도 사정이 비슷하다. 소청과의 인당 진료비는 △2017년 11만291원에서 △2018년 11만4,011원 △2019년 12만187원 △2020년 9만3,627원 △2021년 9만7,416원으로 나타났다. 필수진료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청과) 중 진료비가 가장 낮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인당 진료비가 감소한 유일한 진료과목이기도 하다. 즉 소청과는 없어서는 안 되는 진료과이지만 타 진료과와 비교할 때 보상이 낮다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

소청과는 필수진료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청과) 중 ‘인당 진료비’가 가장 낮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인당 진료비가 감소한 유일한 진료과목이기도 하다.입(내)원일당 진료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래픽=이주희
소청과는 필수진료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청과) 중 ‘인당 진료비’가 가장 낮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인당 진료비가 감소한 유일한 진료과목이기도 하다.입(내)원일당 진료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래픽=이주희

개원한 소청과 전문의 입장에서 좀 더 실질적으로 현실을 바라보면 이렇다. 소아 환자를 일차적으로 진료하게 되는 의원, 병원 등의 소청과 전문의는 2023년 4월 기준 4,363명이다. 이들의 진료대상인 건강보험 보장인구 수(0~9세)는 2021년 기준 380만7,240명이고, 이를 나누면 전문의 1인당 약 873명의 환자를 커버하는 셈이다. 873명의 환자가 연평균 20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0~9세 1인당 진료일 평균은 약 19.61일이다) 소청과 진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소청과 전문의 1인은 1년에 1만7,452명을 진료하게 된다. 개원의들의 1년 평균 진료일수(300일)를 진료환자에 대입해 보면 하루 평균 약 60명 미만으로 진료하게 되는 셈이다.

하루 평균 진료 인원 60명을 초·재진진료비(2023년 의원급 초진진료비 1만7,320원, 재진 1만2,380원)에 대입하면 한 달 최대 약 2,600만원에서 최소 1,85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이 비용으로 병원 임대료 및 관리비, 간호 인력 월급, 각종 세금 등의 비용을 충당하며 운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개원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환자가 몰리는 병·의원은 하루 100명 넘게 진료하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소청과는 평균 진료 인원에 훨씬 못 미치게 될 것이고 결국 운영난을 겪게 된다. 실제 기자가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했을 당시, 4시간째 대기중이라는 한 보호자는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너무 급하지만, 몇 시간씩 기다려도 다니던 곳을 계속 가게 된다”며 “기존까지의 히스토리가 있고, 아직은 다니던 곳의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똑닥(병원 진료 예약 애플리케이션)’에는 인근 소청과 의원의 대기자 수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보호자는 “(이동하지 않고) 계속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동네소아과들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잇따라 문을 닫거나 진료과목을 변경하면서, 부모들은 아픈 아이들의 진료를 위해 새벽부터 병원 앞에서 대기줄을 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한 소청과의원에서 아이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뉴시스
동네소아과들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잇따라 문을 닫거나 진료과목을 변경하면서, 부모들은 아픈 아이들의 진료를 위해 새벽부터 병원 앞에서 대기줄을 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한 소청과의원에서 아이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뉴시스

경기도 파주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소청과 전문의 A씨는 “소아 진료는 성인 진료와 달리 진찰이나 문진 등 급여항목에 해당하는 수준의 진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환자가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진찰 외에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처치와 시술이 거의 없다. CT를 찍거나 고가의 영양제를 처방할 수도 없지 않은가.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비급여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사실상 급여항목 중 진찰료가 병원 수익의 전부인데, 이런 수가가 (물가상승률 등)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전혀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 환자들의 경우, 성인에 비해 진찰료 본인부담금 비율이 상당히 낮다”면서 “울며 보채는 아이들 50명을 하루 종일 달래가며 진료하는 것보다, 고가의 레이저 기계 하나 사들여 통증이나 피부·미용 클리닉을 하는 게 (수익 면에선) 더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 진료과목과 비교했을 때 똑같이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어 어려움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소청과 전문의들은 진료과목의 특성상 진료시간이 성인 환자보다 몇 배 더 오래 걸리고 보조 인력도 항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감정노동과 민원 및 소송의 위험까지 쉽게 노출된 상황이라는 점도 소청과를 위기로 내모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3월 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저출산에 따른 환자수 감소와 낮은 진료비 수가로 인해 경영난이 심각하다며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소청과가 아닌 일반의로서 다른 과목의 진료를 보겠다는 것이다. (사진 가운데)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 뉴시스
지난 3월 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저출산에 따른 환자수 감소와 낮은 진료비 수가로 인해 경영난이 심각하다며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소청과가 아닌 일반의로서 다른 과목의 진료를 보겠다는 것이다. (사진 가운데)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 뉴시스

서울에서 10여년째 소청과 전문의로 종사하고 있는 B씨는 “소아의 경우 반드시 간호 인력 등이 동반돼야 진료를 진행할 수 있어서 타 진료과의 비해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면서 “여기에 보호자의 궁금증에 대한 응대와 소아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진료시간의 변동 등 성인 환자에 비해 몇 배의 어려움이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7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 연평균 소득은 약 2억3,100만원이다. 그러나 소청과의 평균 소득은 1억870만원으로, 의사 평균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의사 직역 간 발생하는 소득의 격차가 사회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기보다,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상대적 박탈감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에서 소청과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의 C씨는 “밝은 미소로 병원문을 나서는 아이의 모습에 반해 소청과 선택했는데, 그때로 돌아간다면 (소청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현실은 아이가 아닌 부모의 감정을 진료하고 있었고,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상대적 박탈감의 늪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소청과 오픈런’에 긴장해야 하는 진짜 이유

경영난에 ‘소청과’ 간판을 내리는 동네병원만큼이나, 소아 진료 자체를 포기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는 것도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상급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등 다양한 요양기관 종류 중에서 ‘의원’에 52.6%가 집중돼 있다. 의료기관 상호명에 ‘소아청소년과’라는 진료과목을 표시한 곳으로, 우리가 흔히 ‘동네병원’ ‘동네소아과’라고 부르는 곳으로 이해하면 쉽다. / 자료=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그래픽=이주희 기자
2021년을 기준으로 보건복지부 면허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소청과 전문의 수는 7,492명이다. 하지만 요양기관에서 소청과 전문의를 보유하고 하고 있다고 신고한 수는 6,000명으로 집계됐다. 약 1,500명은 전문의를 취득하고도 소청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 자료=2022보건복지통계연보·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래픽=이주희 기자 

2021년을 기준으로 보건복지부 면허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소청과 전문의 수는 7,492명이다. 하지만 요양기관에서 소청과 전문의를 보유하고 하고 있다고 신고한 수는 6,000명으로 집계됐다. 약 1,500명은 전문의를 취득하고도 소청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소청과 전문의가 소청과 전문의로 요양기관에서 활동하지 않는 수는 2010년부터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서도 ‘표시과목 미표시 의원’으로 개원하는 소청과 전문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신고 기준, 표시과목 미표시 의원 개설자 중 소청과 전문의는 256명으로, 2018년(174명)보다 52.3% 늘었다.  ‘표시과목 미표시 의원’은 개설자가 전문의이나 의원 명칭에 전문과목을 사용하지 않은 의료기관을 의미한다.

문제는 소청과를 기피하는 의료계 분위기가 불러올 파장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과목임에도 소청과 전문의 절반 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동네병원(1차 의료기관)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는 사실은 소아·아동을 대상으로 한 기초 의료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여파는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소아과 진료 대란’을 일부 개원의들의 개인 사정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선 안 되는 이유다.

이미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이용호 의원이 2021년 보건복지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7년 113.2%에서 2020년 78.5%로 추락했다. 지난해 말, 2023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모집에서도 소청과는 역대 최저인 16%의 지원율을 나타냈다.

실제 입원환자를 돌볼 전공의가 없어 교수들이 당직을 서거나, 아예 소아 진료를 포기하는 상급병원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소청과 의사 부족으로 입원환자 진료를 한때 중단했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외래 진료만 이뤄지거나 아예 진료를 중단하는 종합병원이 늘고 있다. 올해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소청과는 역대 최저인 15.9%를 기록했다. /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뉴시스
의료계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외래 진료만 이뤄지거나 아예 진료를 중단하는 종합병원이 늘고 있다. 올해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소청과는 역대 최저인 15.9%를 기록했다. /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뉴시스

경기도 한 신도시에서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개원의 D씨는 “전공의가 소청과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젊은 예비 의사들에게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고된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된다 하더라도 갈 데가 없다. 잇단 폐업으로 인해 취업할 병원(개인병원)이 한정적이거나, 설령 개원을 한다 해도 봉직의보다 수입이 적다면 미래가 불안한 소청과를 굳이 택할 이유가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D씨는 “문 닫는 의원(개인병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아픈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는 얘기이자, 결국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시그널”이라면서 “문제는 감기나 수족구와 같은 질환이 아니라, 중증 또는 소아 응급 진료 공백이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1차 의료기관에서 아픈 아이들을 빠르게 진단·처치해주지 못하면 2차, 3차 의료기관으로의 과부하를 일으키고 이는 결국 의료체계의 도미노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소청과 오픈런’이 던지는 메시지를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되는 것도 이런 이유”라면서 “더이상 소청과 의사들에게 의료인으로서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의 재정비와 해결방안 모색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소아청소년과’
중년들에겐 ‘소아과’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60년 넘게 소아과로 불렸지만 2007년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소아청소년과’로 변경됐다. 의학적으로 청소년의 건강을 다루는 전문과목임에도, 국내에서는 ‘소아’라는 진료과목명 때문에 영유아와 어린이만을 위한 전문과목으로 인식되고 있어 개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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