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파일럿 HEV 파워트레인 없어… 토요타와 대비
중국 전용 미니밴 ‘혼다 엘리시온’은 HEV 탑재… 큰 차도 HEV 장착 가능
혼다 HEV 탑재 모델, 일반 내연기관 대비 600만∼900만원↑

혼다코리아가 8월 29일 올 뉴 파일럿을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다만 이번에 출시되는 파일럿 역시 3.5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 혼다코리아
혼다코리아가 8월 29일 올 뉴 파일럿을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다만 이번에 출시되는 파일럿 역시 3.5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 혼다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혼다코리아가 하반기 다양한 신차를 국내 시장에 투입하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혼다 라인업을 살펴보면 사이즈가 ‘큰 차’는 전부 하이브리드(HEV) 파워트레인이 없고 일반 내연기관 엔진만 탑재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혼다가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모델은 △올 뉴 CR-V 터보 △오딧세이 2종이 있으며, 이번달 말 올 뉴 파일럿을 시작으로 하반기 출시 예정인 모델은 △올 뉴 CR-V HEV △올 뉴 어코드 터보 △올 뉴 어코드 HEV 등이 있다.

이 가운데 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은 △준중형 SUV CR-V △중형 세단 어코드 2개 모델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모델 외에 미니밴 오딧세이와 준대형 SUV 파일럿은 HEV 파워트레인이 아닌 일반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혼다 오딧세이와 파일럿의 공통점으로는 3.5ℓ급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는 점이다. 이러한 대배기량 엔진은 최근 자동차 업계의 대세인 다운사이징과 거리가 멀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동차 배기량 1㏄당 세금 부과하는 과세 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점에서 배기량이 큰 차는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높은 단점이 있다.

또한 같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와 비교하면 혼다 라인업에 대한 약점은 더욱 부각된다. 토요타는 최근 신차를 쏟아내고 있는데 대부분이 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이다. 그러면서 기존에 판매하던 가솔린 내연기관 모델은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중단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토요타가 한국에서 내연기관 모델 판매를 중단하고 HEV 모델에 집중하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이 ‘저공해’, ‘고효율’에 관심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7월 수입자동차의 연료별 누적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전기차와 HEV 모델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1%, 11.4% 성장했다. 반면 동기간 가솔린·디젤 같은 내연기관 모델은 각각 3%, 30.6% 감소했다.

이렇게 HEV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혼다는 국내 시장에서 HEV 모델을 늘리지 않는 모습이다.

어코드와 CR-V 외에 혼다 모델 중 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종으로는 △ZR-V △HR-V △시빅 등이 있다. 대부분 소형·준중형에 해당하는 ‘작은 차’다. 해당 모델들 외에 혼다의 중국 전략 모델 준대형 RV(미니밴) 엘리시온이 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다. 이전에는 미니밴 오딧세이도 HEV 모델을 판매한 바 있다.

즉 ‘큰 차’에도 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혼다가 큰 차에는 HEV를 탑재하지 않는 이유는 ‘가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혼다가 HEV를 탑재하고 국내에 출시한 모델을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하면 국내 판매 가격이 최소 660만원 이상 비싸게 책정됐다. 사진은 혼다 올 뉴 CR-V 터보. / 혼다코리아
혼다가 HEV를 탑재하고 국내에 출시한 모델을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하면 국내 판매 가격이 최소 660만원 이상 비싸게 책정됐다. 사진은 혼다 올 뉴 CR-V 터보. / 혼다코리아

혼다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했던 HEV 모델과 동일한 차종의 내연기관 모델 가격을 비교해보면 트림(등급)에 따라 660만∼900만원 내외의 차이를 보인다.

2021년 1월 혼다는 뉴 어코드 HEV와 뉴 어코드 터보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당시 판매 가격은 뉴 어코드 HEV 4,570만원, 뉴 어코드 터보 3,740만원으로 830만원 차이다. 같은 날 출시된 뉴 CR-V HEV는 △4WD EX-L 4,510만원 △4WD 투어링 4,770만원으로 책정됐다. 당시 1.5ℓ 가솔린 CR-V EX-L 모델이 3,85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HEV 모델이 660만∼920만원 더 비싸다.

차량의 등급이 동일한 CR-V EX-L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전륜구동·사륜구동 차이를 제외하더라도 혼다 HEV 파워트레인이 일반 내연기관 엔진 대비 최소 500만원 이상 비싼 셈이다.

이번달 말에 국내 출시 예정인 올 뉴 파일럿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전 모델 대비 가격이 소폭 상승해 6,300만원 내외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모델에 일반 가솔린 엔진이 아닌 HEV를 탑재하게 되면 가격이 7,000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딧세이도 현재 판매 가격이 6,050만원임을 감안하면 HEV를 탑재할 시 가격이 6,600만원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의식해 HEV를 큰 차에 탑재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꼴’이다. 토요타에서 국내 시장에 출시한 HEV 모델을 살펴보면 준대형 SUV 하이랜더와 미니밴 시에나 등이 있으며, 하이랜더와 시에나는 국내 판매 가격이 7,000만원을 웃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일본차를 선택하는 이유로 ‘높은 연비’와 ‘정숙성’을 꼽는다. 혼다가 HEV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혼다코리아 측에서는 파일럿 및 오딧세이의 HEV 부재와 관련해 “우리도 큰 차에 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수 있는 기술력은 충분하다”며 “다만 국내 시장 소비자들의 니즈와 브랜드 전략에 따라서 모델 투입 여부가 결정되는 등 시장마다 투입하는 모델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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