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재팬 후 침체기 지속… 신차 투입에도 판매량 제자리
신차 줄줄이 가격 인상, 토요타 경쟁모델보다 비싸

혼다코리아가 최근 신차를 연이어 투입하고 있지만 판매량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일각에서는 ‘가격 정책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1월 열린 신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 혼다코리아
혼다코리아가 최근 신차를 연이어 투입하고 있지만 판매량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일각에서는 ‘가격 정책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1월 열린 신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 혼다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혼다코리아가 올해 완전변경(풀체인지) 신차를 줄줄이 투입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판매량은 여전히 월 100대 내외 수준을 기록하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혼다코리아가 신차를 투입했음에도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로 ‘가격 정책 실패’를 꼽는다.

과거 혼다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1만대 클럽(연간 판매 1만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잠재력이 있던 자동차 브랜드였다. 2017년에는 1만299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어 2019년에도 상반기까지 5,684대 판매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4.4% 성장하는 등 1만대 재진입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 한일 갈등으로 인한 ‘노 재팬’ 운동 때문에 결국 몰락의 길로 빠진 후 부진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혼다코리아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부흥을 위해 △4월 20일 6세대 ‘올 뉴 CR-V 터보’ △8월 29일 8년 만에 풀체인지를 거친 4세대 ‘올 뉴 파일럿’ △9월 21일 ‘올 뉴 CR-V 하이브리드(HEV)’ 등 신차를 대거 투입했다. 

그러나 혼다코리아의 월간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1월 69대 △2월 161대 △3월 71대 △4월 55대 △5월 106대 △6월 111대 △7월 31대 △8월 105대 △9월 105대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 혼다코리아의 월간 판매 실적 최고치는 ‘2월 161대’다. 모델별 최고 판매는 지난 2월 구형 CR-V의 121대다.

당시는 혼다코리아가 신차를 국내에 투입하기 전이었다. 혼다코리아가 신차를 4월부터 차례로 투입한 시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새롭게 출시한 모델들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에 실패한 모양새다. 현재 사전계약을 진행 중인 11세대 어코드가 아직 남아있지만, 이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평이 이어진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온라인 판매 및 정찰제를 시행하고 나섰음에도 차량 가격을 대폭 인상해 혼다 차량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 혼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온라인 판매 및 정찰제를 시행하고 나섰음에도 차량 가격을 대폭 인상해 혼다 차량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 혼다

혼다코리아의 신차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가격이 대폭 인상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CR-V HEV는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740만원 인상됐고, 파일럿은 990만원 인상, 출시 예정인 어코드 HEV도 690만원 비싸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풀체인지를 거쳤다는 점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인상률이 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로 인해 CR-V HEV는 토요타 라브4 HEV보다 640만∼1,210만원 비싸고, 어코드 HEV도 캠리 HEV보다 820만∼1,440만원 비싸다. 파일럿은 토요타 하이랜더 HEV 기본모델보다 280만원 비싸다. 더군다나 어코드 HEV나 CR-V HEV, 파일럿 가격이면 T맵(티맵) 등 기능이 탑재된 볼보자동차의 S60이나 XC40, XC60(B5 AWD)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혼다코리아의 이 같은 가격 정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에 혼다코리아 측은 “원자재 값이 상승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분만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혼다코리아가 올해부터 온라인판매 및 정찰제를 실시하면서 국내 파트너 딜러사에 주는 1대당 마진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혼다코리아 측의 ‘최소한의 인상분 반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신차 가격 인상을 두고 ‘혼다코리아 본사의 이윤 극대화’라는 지적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혼다코리아는 당기 수익성이 폭락했다. 당기 감사보고서(2022년 4월∼2023년 3월)에 따르면, 매출은 전기 대비 17.25% 감소에 그쳤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전기 대비 74.24%, 89.79% 급락했다. 혼다코리아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라인판매·정찰제를 도입하고 딜러사 마진율 조정, 신차 가격 인상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은 4분기 혼다코리아가 반등에 실패할 경우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지홍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제22기 감사보고서) 시장조사비용과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등 차량 홍보 및 판매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까지 비용을 줄인 바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혼다코리아 CR-V 터보·HEV, 파일럿, 어코드 터보·HEV 신차 출시 발표자료
2023. 10. 10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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