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근본 해결 방안 아냐… 경기 회복돼야 PF 위기 해소 ”

지난달 말 정부가 주택공급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PF 보증 규모를 25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 뉴시스
지난달 말 정부가 주택공급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PF 보증 규모를 25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해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절차 신청 이후 발발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설’이 1년이 지나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건설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심각한 지방 미분양 상황, 경기침체 장기화, 여전히 높은 수준인 원자재가격, 1년 내 만기도래 PF 보증 증가, 늘어만 가고 있는 제2금융권의 PF 대출연체율 등 부동산PF 관련 위기 신호가 여러곳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부도위기 건설사 명단에 올랐던 한 건설사의 경우 최근에 또 다시‘부동산PF발(發) 부도위기설’이 재등장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지난달말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부동산PF 대출보증 규모 확대, PF 대출보증 심사기준 간소화 등 제도 개선에 착수해 건설사들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한시적 효과에 국한될 것이라며 금리인하, 경기회복 등이 전반적인 경제 환경 변화 없이는 ‘부동산PF 위기설’을 잠재우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 부동산PF 위기 관련 적색등  

지난달말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한신평 신용등급 보유 건설사들의 부동산PF 보증 규모는 총 27조7,000억원(정비사업 포함)으로 작년말 대비 1조7,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동산PF 보증 가운데 60% 이상은 1년 내 만기가 도래한다. 이어 39%는 3~12개월 내, 23%는 3개월 내 각각 만기도래를 앞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신평은 “PF사업 비중이 큰 지방 예정현장의 착공‧분양이 지연되면서 브릿지PF의 본PF 전환을 통한 우발채무 해소가 제한되고 있다”며 “PF차입금 차환 과정에서 시공사가 추가적인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릿지PF는 저신용도의 시행사가 1금융권에서 본PF 대출을 받기 전, 토지매입과 인·허가, 시공사 보증 등에 필요한 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초단기간 내 고금리로 대출받는 것이다. 본PF 대출이 승인되면 이 자금으로 브릿지PF를 상환하게 된다.

한신평은 중견급 이하 건설사들이 대형건설사에 비해 분양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 운전자금 및 PF 보증 부담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침체가 지속 중인 지방 분양시장 △오피스텔 등 비주택시장 부진 △자기자본을 초과한 일부 건설사들의 PF보증 규모 등이 ‘부동산PF 위기설’ 현실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금융위원회의 올해 6월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현황’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연체율은 2.17%로 올해 3월말 2.01%와 비교해 0.16%p(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제2금융권의 대출연체율은 평균치를 상회했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연체율은 6월말 17.28%로 3월말 15.88%보다 1.4%p 증가했고 저축은행은 6월말 4.61%를 기록하면서 3월말 대비 0.54%p 늘었다. 다음으로 보험은 3월말과 비교해 0.07%p 늘어난 0.73%를 기록했고 상호금융은 같은시기 1.03%p 상승한 1.12%로 집계됐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도 침체에 빠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말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의하면 올해 1~7월 국내 건설수주는 총 10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 감소했다. 

각 부문별로 공공부문의 수주는 3.1%, 민간부문은 27.4% 각각 줄었다. 이 가운데 민간주거용과 비주거용건축 수주가 전년에 비해 각각 40.6%, 33.6% 급감하면서 침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부동산PF 보증규모 15조원→25조원으로 확대

업계 내 ‘부동산PF 위기설‘이 여전하자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 9월말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HUG(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의 PF 대출 보증규모를 기존 15조원에 25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유동화 증권을 비롯한 PF 대출 보증의 한도는 전체 사업비의 50%에서 70%로 늘려 사업자의 추가자금 확보를 지원하고 PF 보증의 심사기준도 완화해 보증대상 사업장을 늘릴 계획이다.

공공이 토지를 제공하거나 발주한 PF 사업장은 민관 PF조정위원회를 운영해 공사비 인상 등 의견차이를 조정하고 정상 PF 사업장에는 금융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의 건설사 보증 및 P-CBO(자산담보부증권) 매입 한도를 3조원 추가 확대한다.

또 부실·부실 우려 사업장은 만기연장·이자유예 등 재구조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대주단협약 운영을 지속하고 재구조화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PF 정상화펀드 규모는 기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추진상황 점검에 나섰다. / 뉴시스
지난 7월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추진상황 점검에 나섰다. / 뉴시스

◇ 전문가들 “정부 대책, 근본 해결책 아닌 일시적 대책”

전문가들은 부동산PF 위기를 현실적으로 방지하려면 경기회복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부 전문가는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이 새로운 잠재적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PF 지원 규모를 25조원까지 확대키로 했는데 지원 대상을 선별해야지 무분별한 지원은 자칫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금지원 한도는 늘리돼 지원 자금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분양성이 높은 사업 위주로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며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해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사업에 한해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정부의 PF 관련 대책은 현 시점에서 필요한 내용이지만 단순히 시기적으로 문제가 된(주택시장 침체) 우량사업장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PF 보증을 무분별하게 할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시끄러웠던 전세보증‧전세사기와 같은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가령 보증기관에서 사고시 100% 보상이 된다면 금융기관들이 대출심사를 대충할 수 있다. 예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이와 비슷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사업 재구조화 보단 일단 사업 회복 가능성, 자금회수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부실사업장까지 무차별로 지원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이번 PF 지원 방안은 근본 해결책이 아닌 일시적 대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미분양 해소, 금리인하 등 시장상황이 극적으로 좋아진다면 부동산PF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나 경기 악화, 추가 금리인상 등 악재가 발생한다면 극약이 무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현재 미분양이 조금 감소한 것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금리인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는 것은 리스크(Risk)”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이 향후 새로운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여러 정치적 요인이 얽혀 있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이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상승) 유지로 이어진다. 결국 금리인하는 요원해지고 내년까지 고금리 상황이 유지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건설사 수익성 저조 등이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중견건설사의 경우 대형건설사 대비 낮은 신용도 및 자기자본 등으로 인해 자금조달력이 비교적 열악한 편”이라며 “이러한 환경에서 PF를 통해 그나마 사업을 진행했으나 최근 PF 시장 자금경색으로 인해 이마저 어려워진 상태”라고 말했다.

뒤이어 “PF 대출 승인으로 자금을 확보해도 중견건설사에게는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다”며 “여기에 중견건설사 사업장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는데 지방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결국 도산하는 중견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곧 자금회수 불이행 등 금융권의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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