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 산골마을 곳곳에선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마을살리기 시도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인제군 신월리 달뜨는 마을 전경. / 
인제군 산골마을 곳곳에선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마을살리기 시도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인제군 신월리 달뜨는 마을 전경. / 인제로컬투어사업단 홈페이지 

시사위크|인제=이미정·박설민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은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면적이 넓은 지역이다. 하지만 전체 면적 90% 이상이 산림으로 둘러싸여 있어 인구 밀도는 굉장히 낮은 편이다. 비무장지대(DMZ)와 백두대간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인제는 천혜의 생태환경을 품고 있다.

인제군 산골마을 곳곳에선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마을살리기 시도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시사위크>는 강원도 인제군 지역 마을을 탐방하며 이러한 움직임을 살펴봤다. 

◇ 한반도 생태축 허리… 천혜의 생태자원 품은 지역

인제군은 강원도 북부에 있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한 영서북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동쪽으로는 고성군·속초시·양양군, 서쪽으로는 양구군·춘천시, 남쪽으로는 홍천군이 접해있다. 또한 북쪽으로는 휴전선이 접해 있어 접경지역으로 분류된다. 

인제군 기본현황. / 그래픽=이주희 기자
인제군 기본현황. / 그래픽=이주희 기자

인제는 지리적 특성상 가파른 고개가 많고 해발 1,000m가 넘는 산도 즐비하다.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곰배령 등 유명 고개와 설악산, 점봉산, 대암산 등의 명산이 많다. 이처럼 산악지대인데다 접경지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 인제는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교통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수도권과 주변 시도와의 접근성도 이전보다 나아진 상황이다. 

인제군은 동서고속도로와 41, 44, 46번 국도가 관통하는 곳이다. 수도권에서 빠르면 1시간 30분대에 진입이 가능하다. 또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사업으로 서울역에서 인제역(계통예정)까지 50분대 접근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의료 인프라는 대도시와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교통 접근성을 토대로 인근 도시의 인프라를 같이 누릴 수 있다. 인제군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인제고려병원을 기준으로 홍천아산병원이 30분대, 속초보광병원은 40분대 거리에 위치해 있다. 산골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교통과 인프라 접근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여건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물론 인제군 역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은 지역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3만2,097명으로 집계됐다. 1966년만 해도 인구가 6만6,700여명에 달했으나 1990년대 3만8,000명대로 떨어진 후 감소세를 보여 왔다. 개발제한구역이 많은 지역 특성상 도시개발에 한계에 있어 인구유출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0년대 이후 대체적으로 3만2,000명대 선을 사수하면서 인구감소를 방어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인구수가 3만1,694명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3년간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의 꾸준한 전입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 마을 주도 농촌·생태관광으로 지역 활력 

인제 산골마을 곳곳에서 주민 주도 ‘마을 활성화’ 시도가 활발하다.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과 농촌 자원을 활용해 농촌·생태관광을 활성화하고 있는 마을이 많다. 이로 인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인제군 내 마을 곳곳에서 주민 주도 ‘마을 활성화’ 시도가 활발하다.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과 농촌 자원을 활용해 농촌·생태관광을 활성화하고 있는 마을이 많다. /인제로컬투어사업단 홈페이지 
인제군 내 마을 곳곳에서 주민 주도 ‘마을 활성화’ 시도가 활발하다.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과 농촌 자원을 활용해 농촌·생태관광을 활성화하고 있는 마을이 많다. /인제로컬투어사업단 홈페이지 

농촌관광이란 농촌의 자연경관과 문화, 생활, 산업을 매개로 도시민과 농촌주민간의 교류형태로 추진되는 관광모델이다. 마을의 특색을 살린 특산품과 음식, 체험프로그램, 숙박시설을 제공함으로써 마을을 활성화하고 농업외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생태관광은 생태 환경과 문화적 가치를 보호하면서 지속가능한 관광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최근 몇 년간 전국 주요 농촌 소도시마다 농촌 체험마을은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인제군의 관광모델은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몇 가지 차별점이 존재한다. 오래 전부터 농촌관광의 기반을 다지면서 생태관광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한 점과 주민 주도 사업이 체계화됐다는 점이다. 

인제로컬투어사업단은 인제군에 있는 36개 농촌마을의 연합체다. 사단법인 인제로컬투어사업단의 사무국은 참여 마을, 지자체와 손잡고 농촌관광, 산골생태유학, 귀농귀촌 정착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시사위크
인제로컬투어사업단은 인제군에 있는 36개 농촌마을의 연합체다. 사단법인 인제로컬투어사업단의 사무국은 참여 마을, 지자체와 손잡고 농촌관광, 산골생태유학, 귀농귀촌 정착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는 지난달 24일 인제군을 찾아 사단법인 ‘하늘내린인제로컬투어사업단(이하 인제로컬투어사업단)’ 관계자를 만나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제로컬투어사업단은 인제군에 있는 36개 농촌마을의 연합체다. 2005년 마을단위혁신연구회라는 명칭으로 출발한 인제로컬투어사업단은 출범 초기 새농촌건설운동 우수마을이었던 미산1리, 정자리, 월학1리, 용대2리, 서화2리, 신월리 등 총 6개 마을로 구성됐다가 참여 마을이 확대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2012년 정식 사무국이 생기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다. 

이환기 인제로컬투어사업단 사무국장은 “초기엔 마을 이장들의 모임처럼 운영이 되다가 사무국이 생기면서 전환점을 맞았다”며 “사무국이 설립된 것은 2012년 인제군이 생태관광사업 시범지역에 선정된 게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각 마을 단위로 농촌 체험프로그램은 물론,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 발굴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험 프로그램 발굴과 운영은 각 마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저희 사무국은 행정과 마을을 잇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환기 인제로컬투어사업단 사무국장은 “체험 프로그램 발굴과 운영은 각 마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사위크
이환기 인제로컬투어사업단 사무국장은 “체험 프로그램 발굴과 운영은 각 마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사위크

36개 마을은 인제읍·남면·북면·상남면·서화면·기린면 일대에 고루 포진돼 있다. 각 마을은 햇살마을(남전1리), 달뜨는마을(신월리), 남교선녀마을(용대1리), 냇강마을(월학1리), 고로쇠마을(미산1리), 평화마을(서화1리), 산촌마을(하추리), 진동계곡마을(진동1리) 등 지역의 전통을 살린 체험마을 명칭을 갖고 있다.

◇ 인제살아보기·산골생태유학으로 꾸준한 전입

이들 마을은 각 지역의 특징에 맞는 농촌·생태·이색 체험프로그램과 함께 숙박공간도 방문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체험마을에 방문객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농업외 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사무국은 마을, 지자체 등과 손잡고 산골생태유학, 귀농귀촌 정착지원 등 다양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2019년부터 주요 마을과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연계해 귀농 인구 및 관계인구도 이끌어내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산골생태유학센터를 운영하며 작은학교 살리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관광사업 만으로는 농촌마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인구유입 전략을 고민하게 됐다”며 “정부 공모사업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지역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역 마을과 연계한 한 달 살기 프로그램과 산골생태유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 달 살기 참여자 중에는 20% 가량이 실제 지역에 정착하고 있다. 산골생태유학의 경우, 참여 열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산골생태유학은 타 지역 초등학생들이 6개월 이상 인제군에 있는 작은학교에서 학교생활과 농촌체험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산골생태유학은 타 지역 초등학생들이 6개월 이상 인제군에 있는 작은학교에서 학교생활과 농촌체험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산골생태유학은 타 지역 초등학생들이 6개월 이상 인제군에 있는 작은학교에서 학교생활과 농촌체험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전학 학생들은 지역 작은학교에 전학해 정규학교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생태유학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산골생태유학참여 가족은 거주공간과 체제비 지원을 받는다. 

이 사무국장은 “산골생태유학 프로그램은 지난해 2학기부터 운영되고 있는데, 호응이 높다. 올해 1학기에는 총 22명의 학생들이 용대초(8명), 월학초(8명), 진동분교(6명)에서 수업을 받았다. 2학기에도 참여 신청이 이어지면서 아이와 함께 50명의 가족들이 전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울음과 웃음소리가 사라졌던 마을에 젊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오니까 마을 분들이 정말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인제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생태자원이 1번”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다양한 환경 문제를 짚으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25년 뒤에는 강원 북부에만 사람이 살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하루 빨리 인제로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인제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은 사람을 유입시키고 마을을 살리고 있다. <시사위크>는 다음편에서 농촌·생태관광을 통해 살아난 인제군 월학1리 냇강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