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표결이 부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상설특검법’까지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당의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태스크포스)’ 단장인 박주민 의원으로부터 나왔고,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도 힘을 싣는 상황이다. 다만 당 지도부 차원에선 아직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우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 민주당 일각서 거론된 ‘상설특검’… 지도부는 ‘신중’
상설특검법에 대한 구상은 지난 12일 박주민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피할 방법으로 상설특검법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14년 도입된 법으로 개별 특검법과 달리 곧장 특검을 가동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또한 상설특검법은 현재 만들어진 법에 따르는 것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추천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는 데 이 중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처장‧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3명은 당연직으로, 나머지 4명은 국회 추천 인사로 구성된다. 국회 규칙에 따르면 국회 추천 인사는 제1‧2교섭단체가 두 명씩 추천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민주당 내에선 이를 개정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네 명의 추천 방법을 국회 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고, 그 국회 규칙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바꾸고, 마침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소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도 힘을 싣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1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만약 이번 채상병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 가능한 상설특검으로 가야 한다”며 “국회의 (추천) 몫은 법을 개정해서 민주당이 갖고와야 한다”고 했다.
법사위 야당 측 간사인 김승원 의원도 이날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워낙 특검에 대해서 전부 다 거부권 또 재거부를 한다”며 “조금 우려가 되고 위험하지만, 차라리 상설특검법을 통해서 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우선 재표결 절차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특검법 재의결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형배 의원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상설특검으로 돌리자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건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해왔기 때문에 민주당은 재의결을 해서 보내는 것이 1차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즉각 ‘반발’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 국회 규칙 개정까지 거론하며 상설특검법 추진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공화주의 말살 방식’, ‘위헌적 폭거’ 등의 발언을 해가며 즉각 반발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상설특검을 설치하는 데 있어서는 여야가 동수로, 다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추천위원을 추천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핵심 요소다. 이것이 만약에 깨진다면 최소한의 중립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라며 “다수결을 앞세워 형식적 다수결과 형식적 민주주의만 주장하면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기둥인 공화주의를 말살하는 방식”이라고 직격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매일 이런 식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꼼수 연구에만 혈안이 된 집단 같다”며 “민주당이 이렇게 국회규칙을 개정한다면 이것은 법대로가 아니라 위법이고 위헌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얼마나 더 법률을 유린해야 직성이 풀리겠나. 국회 규칙을 흔들면 상위법을 흔들고 헌법을 흔든다”며 “결국 나라를 흔들어 혼돈에 빠뜨리게 된다. 대한민국은 이재명 왕국도, 민주당 1당 독재국가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위헌적 폭거를 당장 멈추라”며 “민주당의 꼼수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상설 특검을 운운하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흔들어 보겠다는 야욕과 다름없다”고 쏘아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