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미국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일명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야당은 특검법이 통과될 때까지 입법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반복되는 특검 강행과 거부권 행사로 인해 정국은 ‘시계 제로’에 빠진 모습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지난 4일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닷새 만이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 이 두 번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야당 단독 강행 처리, 삼권분립 원칙 훼손 등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보다 신속하게 진행됐다.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 통과 후 19일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8일) 기자들과 만나 “여당에서도 요청이 있었다”며 “재의요구를 결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루 뒤인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이 안건으로 상정됐고 이는 원안대로 의결됐다.
정부와 여당은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의 명분으로 해당 법안이 이전보다 더 ‘위헌적 요소’가 강하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법안 제3조에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본다는 조문과 제6조와 7조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 특별검사가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전날(8일) 채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해 온 경북경찰청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도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사단장이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결론이 난 만큼, 외압 의혹 자체도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 여권 내에서 나온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어제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되어야 한다”고 했다.
◇ 반발한 야당… ‘채상병 특검법’ 총공세 다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이번 거부권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열다섯 번째라는 점도 비판의 지점이 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야6당 거부권 행사 규탄대회’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헌법적, 반국민적 망동”이라며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준 마지막 기회까지도 가차 없이 짓밟은 윤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일단 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심산이다. 박 권한대행은 이날 규탄대회에서 “모든 야당과 힘을 모아 해병대원 특검법을 반드시 재의하겠다”며 “정권의 오만과 독주를 멈춰 세우겠다”고 단언했다.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들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이 거부한 특검법을 국회에서 재의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재의결 이후에도 채상병 특검 도입을 위한 전방위적 공세를 예고했다. 박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이 공포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야권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민 청원을 계기로 오는 19일 열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탄핵 청문회’에서도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진상규명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조국혁신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결이 부결될 경우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도 엄포를 놨다.
정부·여당은 야당의 행보가 사실상 ‘정치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상설 특검에 준하는 공수처, 민간 전문가들의 자문 기구인 수사심의위원회 이 모두가 민주당이 정의와 상식을 부르짖으며 만든 것”이라며 “(민주당이) 자기부정까지 하며 특검만 고집하는 의도는 오로지 정부 흠집 내기와 대통령 흔들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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