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가 일부 직원들에게 정치집회 금지를 공지해 논란에 휩싸였다. / 시사위크DB
강원랜드가 일부 직원들에게 정치집회 금지를 공지해 논란에 휩싸였다. / 시사위크DB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카지노 공기업 강원랜드가 불미스런 논란에 휩싸였다. 탄핵소추안 표결 전날 간부급 직원이 부서 직원들에게 ‘정치집회 금지’를 공지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해명 및 내부 조치가 이어졌으나, 대통령실 출신 부사장이 장기간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강원랜드의 현 상황과 맞물려 세간의 싸늘한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민감한 시기에 ‘정치집회 금지’ 공지… 직위해제 뒤 감사실 조사 중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연일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 강원랜드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난 6일 한 부서의 공지에서 비롯됐다. 리조트 내 스키장 등을 운영하는 관광마케팅본부 산하 레저영업실 직원들에게 ‘근무 당부사항’이라며 △정치집회 금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음주운전 엄금: 적발 시 엄중처리 등이 공지된 것이다. 해당 공지엔 ‘위 사항으로 불이익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에 논란의 소지가 큰 공지였다. 공지가 전달된 지난 6일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전날이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주말로,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집회가 예고돼있었다. 이런 가운데, 해당 공지의 내용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집회 참여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또한 정치집회 금지의 근거로 제시된 ‘정치적 중립 의무’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강원랜드 직원들은 공무원이 아닌 공기업 직원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의해 정치적 중립 의무가 규정된 공무원 역시 개인적인 정치집회 참여까지 제한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공지로 직원들이 반발하는 등 내부에서 논란이 일자 레저영업실은 지난 9일 “내용전달에 오해가 있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해당 공지는 직원의 안전과 보호차원에서 안내한 것으로, 특히 정치집회 금지의 경우 정상적인 집회가 아닌 불법집회 참여를 지양하라는 의미였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고, 레저영업실장은 지난 10일 직위해제 조치됐다. 강원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감사실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조사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징계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강원랜드는 대통령실 출신인 최철규 부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1년 넘게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 강원랜드
강원랜드는 대통령실 출신인 최철규 부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1년 넘게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 강원랜드

가뜩이나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불거진 이러한 논란은 강원랜드의 현 상황과 맞물려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이삼걸 전 사장이 임기를 4개월 남기고 돌연 물러나며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됐고, 며칠 뒤 취임한 최철규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최철규 부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을 지내 ‘낙하산’이란 지적을 받은 인물이다.

이후 강원랜드의 신임 사장 선임은 지지부진했다. 최철규 사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조직개편과 대규모 신규투자 추진 등 굵직한 결정을 이어가면서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움직임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이삼걸 전 사장이 물러난 지 9개월여가 지난 8월말에 이르러서야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구성됐을 뿐이다. 또한 임추위가 구성된 이후에도 국감 등을 이유로 사장 후보자 공모가 미뤄졌다.

그런데 최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미 1년을 넘긴 강원랜드의 수장 공백 상황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과 권한행사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대통령실 출신인 최철규 부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기간이 더욱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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