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자필 편지를 통해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 증거는 너무나 많다”며 부정선거 진상규명을 위해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해서도 같은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통령이 나서서 자신이 당선된 선거 시스템을 부정하고 있는 셈인데,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직접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강변하고 있어 부정선거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부정선거,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Q. 윤 대통령은 무엇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나요?

A.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직후 페이스북에 새해 초 작성했다는 자필 편지를 올렸습니다. 그는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을 달고 8,433자, A4용지 13장 분량에 달하는 글을 통해 12·3 비상계엄 선포가 부정선거 진상규명을 위해서였다며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호소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해당 편지에서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선거 소송 투표함 검표 시 가짜 투표지 발견 △선관위 전산 시스템 해킹·조작 무방비 △국가기관 전산 시스템 기준 미달 △시정 노력 없음 △발표된 투표자 수-실제 투표자 수의 일치 여부 검증·확인 거부 등을 근거로 들며 “총체적인 부정선거 시스템이 가동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홍보자료 갈무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홍보자료 갈무리

Q. 국민의힘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A.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준 입장과 정반대의 주장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3월 1일 홈페이지에 ‘20대 대선 국민의힘 팩트체크!’라는 카드뉴스를 게시했습니다. 카드뉴스에서는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을 세 가지로 나눠 반박했습니다. △중앙선관위 선거정보센터 해킹으로 투표수와 득표수 조작 가능성 △투표함·계수기 조작 가능성 △사전투표함 바꿔치기 가능성 모두 ‘불가능하다'며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근거를 들었습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총선에서 대패한 직후 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카드뉴스에서 국민의힘은 특히 “지난 총선보다 더 단단히 준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이런 부정선거 의혹에 더욱 철저하게 선을 긋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윤석열 당시 후보자의 선거유세 사진에 “걱정하지 마시고 사전투표해 달라. 저도 첫날 사전투표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대선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부정선거 의혹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증거가 발견된 게 없다”며 “당 입장은 부정선거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Q. 여당에서도 반대하는 부정선거 의혹을 윤 대통령이 나서서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수처 체포 직전 관저를 찾아온 국민의힘 관계자들에게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보수단체들의 유튜브를 보라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이전부터 측근들에게 신문과 방송 기사보다는 보수 유튜브를 참고하라는 언급을 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국무위원들이 나서서 비상계엄 선포를 반대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계엄을 선포한 가장 큰 이유로 ‘부정선거’를 든 만큼 보수 유튜버들이 줄곧 주장해 온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요즘 20‧30세대가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데, 유튜브를 통해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며 “연설 내용이 매우 논리적이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의 중심에는 소위 ‘극우’로 불리는 자유통일당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들이 중심이 되어있는데 이들의 논조에 동의한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어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며 “(2030세대와 유튜브 채널의) 노력이 모여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정권 재창출을 부탁한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비상계엄 선포 직후 수직으로 하락했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극우 보수단체의 집회와 결집으로 상승세를 그리자 이를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Q. ‘부정선거’ 의혹의 진상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나요?

그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은 선관위를 상대로 지속적인 선거소송을 진행했으나 패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받지 못하고 유튜버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의혹’이 계속되자 일부 사람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윤 대통령도 사실상 법적인 판결이 잘못됐다는 판단하에 대법원과 선관위가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자필 편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선거소송에서 이를 발견한 대법관과 선관위가 수사 의뢰하고 수사에 적극 협력하여 이런 불법 선거 행위가 일어났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은폐했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대법원 판결로 ‘기각’ 결정된 선거무효 소송에 제시된 증거를 다시 들며 이를 ‘부정선거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21일 탄핵사건 3차 변론에서 2020년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에서 증거로 제시된 바 있는 ‘빳빳한 투표지’, ‘일장기 투표지’ 사진 등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총선에서 낙선한 민경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2020년 5월 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22년 7월 민 전 의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22시간에 걸쳐 수개표로 재검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43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이런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민 전 의원의 선거무효 소송뿐 아니라 이후에도 관련 소송이 140여 건 제기됐으나 원고가 승소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이를 대법원과 선관위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라고 본 것입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자필 편지 서두에서 강조한 ‘법치주의’에 입각했을 때도 배치되는 주장입니다. 그는 “저의 어리석은 결단은 저의 변함없는 자유민주주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이었다”며 “자유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법치는 자유를 존중하는 합리적인 법과 공정한 사법관에 의해 실현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3심에 걸쳐 사법 절차를 거치고 결정된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인정하지 못해 부득이 '고도의 통치행위(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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