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회복·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진보·보수 정책을 총동원해 ‘잘사니즘(잘 사는 문제)’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잘사니즘은 이 대표가 지난해 당 대표 연임 도전 당시 제시했던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간 담론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향후 집권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잘사니즘 실현 방법으로 ‘대화와 타협’을 언급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국론이 분열된 상황을 염두에 두고 ‘통합’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성장 후 대응 방안으로 기본사회를 중점에 둔 ‘분배’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연설에서 ‘회복·성장’ 후 ‘분배’를 강조한 것은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서 중도층과 지지층 표심을 함께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연설에서 이 대표는 밑그림을 제시한 것일 뿐, 향후 추진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는 상황이다.
◇ 이재명, 교섭단체 연설서 ‘집권 청사진’ 제시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50여 분간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섰다.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와 그 이후의 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 윤 대통령 측과 여권의 헌법재판소를 향한 공세 등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했지만, 발언 비중은 크지 않았다.
이 대표는 미래 담론을 제시하는 데 치중했으며, 회복과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국민과 함께 무너진 국격과 신뢰, 경제·민생, 평화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며 “국민께 희망의 길을 제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며 공정한 성장으로 격차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생을 살리는데 이념·색깔이 무슨 소용인가”라며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 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해 유용하다면 어떤 정책도 다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 대표가 강조해 오던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잘사니즘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제가 이 자리에서 ‘먹사니즘’과 함께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 ‘잘사니즘’의 비전을 제시하는 이유가 있다”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립과 갈등을 넘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잘사니즘 실현 방법으로 대화·타협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현재 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국론이 분열된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대표는 성장 후 대응 방안으로 분배를 강조하기도 했다. ‘선(先) 성장, 후(後) 분배’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분배 방식에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사회’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성장해야 나눌 수 있고, 더 성장해야 격차도 더 줄일 수 있다”며 “당력을 총동원해서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주 4일제’를 내세우며 ‘노동시간 단축’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AI(인공지능)와 첨단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 착취로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생존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 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 유연화’도 함께 언급했는데,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규정’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와 함께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회복·성장과 분배에 중점을 두고 연설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서 ‘집권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성장을 통해 중도층을, 분배를 통해 지지층 표심을 얻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메시지에 대한 이 대표의 ‘추진력’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의 잘사니즘 제시에 대해 ‘뻥사니즘’이라고 평가절하하며 ‘행동·실천이 우선’이라고 공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이 대표의 연설에선 국민의힘의 대응 방식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무관심과 비판 목소리가 공존했는데,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항의와 비판에 2차례가량 직접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진심이 뭔가’라는 항의가 나오자, 이 대표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을 언급하며 “잠깐만 기다려 달라. 품격을 좀 지키자”고 맞받았다. 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해 국민의힘이 ‘자살골’, ‘법인카드 쓴 것부터 토해내라’ 등의 비아냥이 나오자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을 언급하며 “마저 하시라”고 응수했다. 또 “방해하지 않으면 (연설을) 더 빨리할 것”이라며 “내일 (국민의힘) 여러분 대표 말씀하실 때 우리가 조용히 듣겠다”고 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특정 국민의힘 의원을 언급하며 맞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의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거기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듣고만 있으면은 약해 보인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대표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원한다”며 “(지지자들을 향한) 강력한 이미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 대표 연설에 약 30회 박수를 치며 호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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