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자네도 《장자》의 과 《열자》나오는 원숭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를 알지? 중국 전국 시대 송(宋)나라에 살았던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좋아해 집에서 수십 마리를 기르고 있었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원숭이들의 식사량을 줄여야 했던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러자 ‘그러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네. 하루에 받는 도토리 양에는 아무런 차이가
[시사위크] 얼마 전에 국정감사장에서 코미디의 한 장면 같은 해프닝이 있었다더군. 낙하산인사 논란으로 시끄러운 자니윤이라는 연예인 출신 한국관광공사 감사에게 해당 위원회 위원장이 “인간은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진다”며 “79세면 이제 은퇴해 쉬실 나이 아니겠나. 쉬시는 것이 상식에 맞다.”고 말했다네. 그러자 여당인 새누리당 대변인은 “설훈 의원은 어르신들을 모욕한 데 대해 즉각 사과하고, 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어이가 없네요”, “본인은 안늙나요?”, “자니윤 대답 통쾌하네요” 등의 반응을
[시사위크]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김광규 시인의 라는 시일세. 요즘 내가 사는 세상이 ‘안개의 나라’ 같아서 이 시를 자주 읽게 되는구먼. 도시의 안개는 노인 건
[시사위크] 먼저 내가 좋아하는 정현종 시인의 라는 짧은 시부터 읽어보게나.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우리는 정말로 우리들이“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모르는 것 같지? 나무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보게나. 끔찍하지 않는가?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나무에게 깃들여 사는지 모르겠다고? 그게 옳은 대답일지 모르지. 우리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이나 생명체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면서도
[시사위크] 오늘은 당나라 학자인 유종원이 지은 ‘3계(三戒)’에 나오는 새끼 고라니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네. 중국 임강 지역의 한 사냥꾼이 아직 젖도 떼지 않은 새끼 고라니를 잡아 집에서 기르기 시작했다네. 그런데 그 집에서는 이미 제법 무서운 개들을 많이 기르고 있었네. 그 개들은 어린 고라니를 보자마자 군침을 흘렀지. 하지만 주인이 새끼 고라니를 애지중지하니 어쩔 수 없었네. 옆에만 가도 주인이 호통을 치니 고기 생각은 잊고 사이좋게 지낼 수밖에 없었겠지. 하지만 개의 본능이 어디 가는가? 세 살이 된 그 고라니가 어느 날 외
[시사위크]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관해 이야기했던 15번째 편지를 김훈의 『공무도하� 뼁� 나오는 말로 마무리했던 것 기억하지?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요즘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세월호 특별법’놓고 벌이는 정치 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 나라에는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인간들만 모여 사는 세상인 것만 같아서 한숨만 나오네.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이렇게 야만적인 사회가 되어버렸을까?돈이 없으면 하루도 제대로 살 수 없고 돈이라는 물신이 모
[시사위크] 올해 초 7번째 편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3월부터 “부와 빈곤, 공정함과 정의, 투명성, 근대성, 세계화, 여성의 역할, 결혼의 본질, 권력의 유혹” 같은 우리 시대의 주요 문제들에 관해 많은 관심을 보여줬기 때문에 미국의 시사 주간지 이 작년에 ‘올해의 인물’로 뽑았다는 말을 했었지. 그러면서 교황이 아르헨티나 추기경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두 종교전문기자들과 2년에 걸쳐 나눈 대담을 엮은 책《교황 프란치스코》를 읽은 나의 생각을 자네에게 독후감 형식으로 전했고. 그런 교황께서 지난 며칠 동안 한국에
[시사위크] 여름휴가는 다녀왔는가? 난 대학 친구들과 내일(8월 4일) 통영으로 떠날 예정인데, 거긴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고 하는군. 어렸을 때 만나 40여 년을 동고동락해 온 친구들과의 여행인데 비가 온들 대수인가? 거의 모든 친구들이 참여하는 여행이라 마음은 며칠 전부터 이미 통영에 가 있네. 날씨만 허락하면 사량도에도 들어가 지리산과 옥녀봉에도 오를 예정이네. 지금 자네에게 쓰고 있는 편지의 글씨들이 사량도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의 섬들처럼 눈앞에서 아른거리는구먼. 즐거운 환시체험일세. 자넨 이렇게 기분이 좋을 때 찾는 음료가
[시사위크] 자네에게 편지 형식으로 내 생각을 전하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1번째 글이 되는구먼. 그래서 오늘은 좀 가벼운 이야기를 할까 하네. 자네도 내가 꽃을 좋아한다는 건 알지? 우연히 꽃 사진을 찍기 시작한지 7~8년이 된 것 같네. 그땐 나도 식물과 꽃에 관해서는 속된 말로 젬병이었지. 노란색이나 붉은색 꽃이 피는 백합을 왜 '백합(白合)'이라고 부를까 궁금했던 적도 있다네. 흰색 꽃이 피는 것만 '백합'인지 알았거든.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구먼. '백합(百合)'이라는 이름이 비늘줄기의 비늘조각들
[시사위크] 거세개탁(擧世皆濁)이란 사자성어를 알지? 중국 초나라의 충신 굴원의 ‘어부사’에 나오는 말로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다”는 뜻이네. 우리 사회에 딱 들어맞는 사자성어인 것 같네. 어쩌다가 우리는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기준이 사라져버린 사회, ‘아노미’ 상태에 빠진 사회에서 살게 되었는지 모르겠네. 과정이야 어쩠든 경제적으로 ‘성공(?)’만 하면 전과 14범도 대통령이 되고, 권력욕 때문에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독재자라도 배만 부르게 해주었다면 신처럼 숭배하고, 급
[시사위크]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고 말한 사람이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였던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사유(思惟)하기 힘들지. 한 사람의 사유는 그가 사용하는 언어 수준을 벗어날 수 없는 게고. 그래서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들을 보면 그 사람의 사유의 깊이와 내용도 대강 알 수 있지. 시작부터 철학자 이름이 나와서 너무 어렵다고?지난 며칠 동안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분의 ‘말과 글’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워서 하이데거의 말로 시작했네. 한 나라의 총리가 되겠다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왜 그렇게 논란이 되는지를 알기 위해 그분이
[시사위크]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말인데,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뜻이네. 제자 자공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족식 足食), 군대를 충족하게 하며(족병 足兵), 백성을 믿게 하는 것(민신 民信)”이라고 말한다. 요즘 말로 말하면, 경제와 안보를 튼튼하게 하면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따르게 된다는 뜻이네. 자공이 부득이 이 셋 중에서 하나씩 순서대로 버려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공자는 병, 식, 신 순서라고 말하네.
[시사위크] “모든 '사건'은 일어날 만하고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날 필요가 있고 일어날 수밖에 없어서 일어난 것일세. 따라서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는 거야. '있을 수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네. 그러니 자네가 할 일은 눈앞에 벌어진 사건을 있는 근대로 받아들여 자신을 성찰하고 의식 수준을 높여 영혼을 진화시키는 쪽으로 활용하는 것뿐일세.” |내가 요즘 사진 공부하러 다니는 건 알고 있지. 그 수업 시간에 과제로 소개받은 이현주 목사의 ‘사랑 아닌 것이 없다’에 있는 글인데, 세
[시사위크] 난 마음이 심란하거나 우울하면 음악을 들으면서 시를 읽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고 정신도 맑아지지. 농담이지만, 가끔 내가 부자라는 생각을 한다네. 아마 개인이 갖고 있는 책과 클래식 CD로만 순위를 매기면 우리나라 가구 중 상위 5% 안에는 충분히 들고도 남을 걸세. 세월호가 침몰한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고 있네. 유난스럽게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강조하던 정부의 무능력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고 화만 나는구먼. 그러니 다른 때보다 더 자주 음악과 시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밖에… 아직도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자주
[시사위크] 한 달 전에 극장정치의 폐단을 걱정했던 편지 생각나지? 그때 “지금 다시 세차게 불고 있는 규제 완화의 광풍이 어떤 비극의 씨앗을 이 땅에 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만 하네. 규제 완화나 철폐로 인한 위기가 발생하면 고통을 받는 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지금 그 광풍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힘없는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네. 영화가 끝난 다음에 속았다고 외쳐본들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하면서 편지를 마무리했었는데… 그 걱정이 너무 일찍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아서
[시사위크] 이순에 들어선 나이지만, 난 아직도 영국 시인 엘리엇(T. S. Eliot)이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던 4월이 오면 35여 년 전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네. 지금 대통령을 하시는 분의 아버지가 마치 군왕처럼 군림하던 유신 독재의 암담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4월이 오면 대학 교정은 활기가 넘쳤었지. 4 · 19 혁명을 기념하는 행사 준비로 바쁘게 뛰어다니던 자네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구먼. 우리 대학 다닐 땐 4월은 ‘데모의 계절’이었네. 서울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아우성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5월 중순 경이면
[시사위크] 자네 혹시 극장정치라는 말을 들어봤나? 극장에서 하는 정치냐고?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틀린 말은 아닐세. 그 ‘극장’이 우리가 영화를 보는 극장이 아니고, 전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공짜로 볼 수 있는 TV인 게 다르지만, 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 원래는 일본 언론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정치 형태에 붙인 이름이었지만, 요즘 우리 대통령이 열심히 일 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자주 생중계로 등장하는 게 한국판 ‘극장정치’를 보는 것 같아서 물어봤네.며칠 전 지상파와 종편 등을 통해 장장 7시간 동안이
먼저 나는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을 좋아한다는 고백부터 하고 싶네. 젊었을 땐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돌아다녀도 시비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치안이 비교적 완벽해서 좋았고, 요즘에는 막말하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해 늘그막의 삶을 무료하지 않게 해주는 사회여서 좋다네. 바보상자라고 믿고 있는 TV를 보지 않아도 인터넷망을 통해 듣는 헛소리들이 내가 아직 늙지 않았음을 수시로 확인하게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가능하다면 그 ‘망언’의 주인공들에게 막걸리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다네. 귀가 순해지는 나이에 그런 막말이라도 들어야 열이
[시사위크] 지난 2월 하순에 친구들과 추자도와 제주도에 다녀왔네. 원래는 25일 아침 비행기로 제주도에 갔다가 배로 추자도에 들어가서 올레 길을 일주하고, 26일에 제주도에 돌아와 한라산을 등반할 예정이었지. 갈매기와 동박새의 울음소리, 파도소리, 바람소리를 벗 삼아 봄기운이 완연한 섬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걸을 생각을 하니 떠나기 전날 밤에는 잠이 오지 않더군. 밤새 내내 눈앞에 남쪽 섬에서 만날 동백꽃과 유채꽃 등 봄꽃들만 아른거리더군.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기 전날이면 으레 그랬던 것처럼 잠을 설치고 말았네. 그래도 2박
사회적으로 공인된 노인은 아니지만, 60살이 되니 노인들이 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오고, 노인들의 삶에 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네. 오늘은 우리 사회의 노인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보세. 유엔(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인 작년 10월 1일에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 노인인권단체 ‘헬프 에이지 인터내셔널(Help Age International)’이 세계 91개국의 노인 복지 수준을 수치화해 발표한 ‘글로벌 에이지 워치(Age Watch) 지수 201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39.9로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