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친서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 총비서가 지난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금수산영빈관을 산책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시스
북한이 2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친서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 총비서가 지난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금수산영빈관을 산책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3일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구두친서를 주고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북한이 중국 편에 서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중국 역시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반도 정세에 적극 개입해 미국을 압박할 의도를 드러냈다. 

◇ 김정은-시진핑 친서 교환… 북중 밀착 과시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와 시 주석은 구두친서를 주고받았다. 김 총비서는 친서에서 “조선반도 정세와 국제관계 상황을 진지하게 연구·분석한 데 기초해 국방력 강화와 북남 관계, 조미(북미) 관계와 관련한 정책적 입장을 토의결정한 것을 통보했다"며 “적대 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국제 및 지역 정세는 심각히 변화되고 있다. 조선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면서 한반도 정세에 적극 개입할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 

이들의 친서는 지난주 한반도 정세가 여러 변화를 겪은 뒤 발표된 것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국무·국방장관은 지난 17일 방한해 북한과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들이 방한하기 하루 전인 16일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우리 측과 미국 측에 경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지난 18일 북한은 미국 측을 향해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되지 않으면 미국과 접촉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같은날 한미는 외교·국방장관 회의(2+2 회의)를 5년 만에 열고 한반도 평화와 글로벌 현안을 논의했다. 2+2 회의의 주제 중 하나가 북한과 중국 문제였음은 자명하다. 이후 19일 미중 고위급 인사들이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첫 회담을 가졌지만,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등 파열음을 냈다. 

◇ 북중 친서교환, 미국과 맞서겠다는 신호?

이러한 일들이 지난 후 북중이 친서를 교환한 사실을 함께 발표한 것은 양국이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적대세력에 대처한 북중 단결과 협력’이라는 표현에서 이같은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격하게 부딪치는 상황에서 북중 간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시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으며, 대북 경제지원 의사도 밝혔다. 이는 미국이 반중(反中)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국을 규합하고 있으니, 중국 역시 세를 과시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 외에도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미중 고위급 회담이 끝나자마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방중(訪中)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런 복잡한 정세 때문에 우리 정부는 더욱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과 밀착관계인 북한과 대화를 쉽게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북미-남북관계’의 선순환을 전제로 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북미중’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에 중국이 긍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향후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고, 북미 간 상호 공정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중과 남북한이 참여하는 4자 실무 및 정상회담 추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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