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4채 보유’ 논란이 따르던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후보자가 결국 자진 사퇴 카드를 꺼냈다, /뉴시스
‘부동산 4채 보유’ 논란이 따르던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후보자가 결국 자진 사퇴 카드를 꺼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다주택 논란에 휩싸였던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명한 산하 기관장의 낙마로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첫 임명부터 삐걱… 정책 추진 차질 우려 

김 후보자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SH 사장 후보자에서 사퇴합니다. 저를 지지하고 비판하신 모든 국민께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글로 사퇴를 알렸다. 

부동산 4채를 보유한 부분이 SH 사장직에 오르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 후보자는 남편과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와 서초구 잠원동 상가, 부산 금정구 부곡동 아파트, 중구 중앙동 오피스텔 등 4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공공주택 공급 정책을 펴는 공기업 사장에 임명되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따랐다. 

더욱이 김 후보자는 부동산 4채를 비롯한 재산 형성 과정을 설명하면서 “내 연배상 지금보다 내 집 마련이 쉬웠고, 주택 가격이 오름으로써 자산이 늘어나는 일종의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해명해 논란이 일었다.

김 후보자는 뒤늦게 부산에 보유한 부동산 2채를 처분하겠다고 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과거 김 후보자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반포동 아파트가 아닌 충북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자 “청주집보다는 반포집이 낫고, 반포집보다는 청와대가 낫다는 것이냐”라며 “제발 계산 그만하시고 물러나라. 정치에서 물러나고 강남집은 팔지 말라”고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처하자 서울 소재 부동산을 남겨두고 부산 부동산 2채를 처분하겠다고 밝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그리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김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첫 단추부터 어긋난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뉴시스
첫 단추부터 어긋난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뉴시스

부적격 논란에도 오 시장은 시의회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김 후보자를 SH 사장으로 임명할 수 있었지만 이를 포기했다. 첫 산하 기관장 임명이 무산될 경우 오 시장이 받을 타격도 적잖지만 여론의 비판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산 내역이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후보자로 선정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그러나 눈과 귀를 막고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임명을 강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론뿐만 아니라 시의회의 결정도 존중한 듯한 제스처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낙마로 인해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도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시절 시장직에 당선되면 일주일 만에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향후 5년간 24만 가구를 민간 주도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그러나 개발 기대감에 따른 집값 급등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거부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욱이 오 시장은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재건축보다 재개발 활성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2026년까지 주택 2만4,000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주요 주택·도시개발을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SH 수장 자리를 하루빨리 채워야 한다. 보궐선거 직후부터 4개월가량 공석인 가운데 더 길어질 경우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은 아무런 성과 없이 오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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