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자진 사퇴했던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과 다른 행보를 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김헌동 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자진 사퇴했던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과 다른 행보를 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공석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직을 채우기 위한 절차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유력 후보로 거론된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출신 김헌동 전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단체 간부가 공사 사장으로 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앞서 SH 사장에 내정됐다가 자진 사퇴했던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전문성 결여를 제기했던 단체에 속했던 인물이라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13일 SH 사장 후보자 접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에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공직에 나설 경우 즉각 사퇴하도록 하는 경실련 내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김 전 본부장을 비롯해 한창섭 전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 김우진 전 서울리츠 사장과 첫 공모에서 김 전 의원에 이어 2순위 후보자에 올랐던 정유승 전 SH 도시재생본부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SH 임원추천위원회는 25일 SH 사장 후보자 면접을 진행한 뒤 이들 가운데 2명 이상의 후보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김 전 본부장은 SH 사장 유력 후보로 꼽힌다. 건설업계에 종사하던 그는 2000년부터 경실련에 몸담아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등을 맡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거듭했다며 분양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시행, 공시지가 인상, 개발 확대 전면 재검토 등을 촉구하는 경실련의 정책 제언을 주도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저격수’로 불린다.

◇ 김현아 안 된다던 경실련… 김헌동은 괜찮나

김 전 본부장이 몸담았던 경실련은 앞서 김 전 의원이 SH 사장의 적임자로 볼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경실련은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김현아 후보자는 건설업체들이 출연한 건설협회, 건설공제 출자로 설립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20여년을 재직하며 민간 건설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온 인물”이라며 “국회의원 재직 시절에도 다주택자의 부자감세 정책에 앞장섰고,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민간 건설사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인물인 데다 저소득·주거취약 계층 주택 문제에 대해선 전문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입장을 냈던 단체 출신이 SH 사장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김 전 본부장의 이번 SH공사 사장 공모 지원을 계기로 경실련이 4·7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을 측면 지원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경실련은 이에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설립된 SH공사의 공공주택 정책이 매우 중요한 만큼 장기 공공주택 확대, 택지매각 이익, 아파트 분양수익 등을 분석발표하고 서울시 후보들에게 SH 공공주택 개혁 공약을 촉구했다”며 “경실련이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진의가 잘못 전달될 수는 있겠으나 특정 후보를 지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SH 사장이 채워질 수 있을까. /뉴시스
이번에는 SH 사장이 채워질 수 있을까. /뉴시스

◇ 김헌동 조언 따랐던 오세훈, 이번에도?

논란이 따르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입장에서는 김 전 본부장이 SH 사장직에 오른다면 최적의 파트너를 두는 것과 다름없다. 

둘은 오랜 기간 부동산 정책을 놓고 교감해왔던 사이다. 오 시장은 2006년 9월 처음 서울시장을 맡았을 때 김 본부장이 주장했던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등 부동산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김 전 본부장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오 시장을 지원했다. 보궐선거 이후에는 “오 시장이 집값을 잡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의 발목을 잡았던 다주택자 논란에도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H 사장이 정해질 인사청문회는 9월 중순쯤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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