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故 이예람 중사 특검법’ 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발언을 한 후 울먹이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故 이예람 중사 특검법’ 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발언을 한 후 울먹이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군대 내 성폭력과 사건 은폐 협박 등에 시달리다 지난해 5월 사망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이 합의 하루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유가족은 억장이 무너지는 실망감을 드러냈고,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눈물을 흘리며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 여야 합의 하루만에 불발

국회는 지난 4일 ‘고 이예람 중사 특별검사법’ 처리를 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만나 각각 지난달 4일과 지난해 6월 발의한 특검법을 함께 처리하기로 합의한지 하루만에 소위를 개최했다.

하지만 특검 임명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소위 도중 “지금 저희가 이견이 있어서 한 번 더 해야 할 것 같다”며 “전체회의는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만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고 이예람 중사 사건 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에도 닿지 못했다. 빠른 특검 처리를 기대하셨을 많은 국민께 실망을 드렸다. 죄송하다”며 “진상규명을 애타게 기다리셨을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법 처리를 합의했는데, 불과 하루 만에 법안 처리가 미뤄졌다”며 “국내 성폭력 사건이 반복되는데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야당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중사는 성폭력 피해 이후에도 보호받기는커녕 상관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받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정치권에도 있다. 정치권에 들어온 저로서는 다시 한 번 면목없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 특검 추천 과정서 이견 못 좁혀

상정 불발의 주요 이유는 여야의 특검 추천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안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서면으로 4명을 추천받아 교섭단체가 합의한 2명의 특별검사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는 방식이고, 더불어민주당 안은 교섭단체가 한 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요구하는 방식의 대한변협 집행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받아들이기 힘들며, 이익단체인 대한변협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당보다 정치색이 덜한 제3의 기관에서 천거하는 방식이 더 맞다는 입장이다.

논의 과정에서 추천 주체를 대한변협 2인, 법무부 1인, 법원행정처 1인 등으로 다양화하는 절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합의가 되지 않았다.

2차 가해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가 됐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소위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간사는 “2차 가해가 명확한 법률용어가 아니어서 그 부분도 명확하게 결론을 못 내렸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상정 불발에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고 이예람 중사 관련 특검법은 하루속히 처리돼 유족들과 군내 인권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해소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 역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유족들의 심정을 생각한다면 오늘 이 법이 상정돼 통과됐어야 한다”며 “안타깝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특검법이 진행되길 여야에 건의 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 앞에서 고 이예람 중사 부모로부터 면담요청 등 요구사항이 담긴 입장문을 받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 앞에서 고 이예람 중사 부모로부터 면담요청 등 요구사항이 담긴 입장문을 받고 있다./뉴시스

◇ 유족이 원하는 내용 반영돼야

이에 군인권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는 5일 이 중사 유족 측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특검법 상정이 불발된 것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안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으로 진행되는 특검이 아닌 만큼, 불필요하게 외부 법조인 단체 등으로부터 특검 후보자를 추천받아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금주 내 재차 법안소위를 소집해 유가족이 희망하는 바에 따라 합의를 도출하고,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 중사 특검은 여야가 역대 처음으로 합의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특검이다. 하지만 본회의 문턱도 넘지 못하며 특검 도입 여부는커녕 향후 일정도 불투명하게 됐다.

당초 이번 특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유가족을 직접 만나 “(특검 요구를)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을 공약한만큼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법안처리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야는 다시 협의 과정을 거쳐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사전 합의가 한차례 있었음에도 법사위에서 한차례 상정 불발된 이번 특검법을 다시 본회의로 가지고 오기 위해서는 유족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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