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오른쪽)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얽힌 ‘악연’이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만나 약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굉장히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취임식 참석을 요청했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 윤석열 “굉장히 죄송”… 박근혜, 담담하게 들어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2시쯤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5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를 업고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윤 당선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한 마음을 말씀드렸다”며 “건강에 대해 좀 이야기를 했고, 지금 생활 이런 것에 불편한 점 없는지 이야기 나눴다”고 전하고 사저를 떠났다. 

이후 회동에 배석했던 권 의원과 유 변호사가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권 의원은 “당선인은 과거 특검과 피의자로서의, 일종의 악연에 대해 굉장히 죄송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격무니까 건강 잘 챙겼으면 좋겠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면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이어 윤 당선인은 “참 면목없다. 늘 죄송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담담하게 들었다고 한다. 

또 권 의원은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며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이나 정책을 계승하고, 홍보도 해서 박 전 대통령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게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에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에게 내달 10일에 있을 취임식에 참석해달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취임식에 건강이 허락하면 참석해달라”고 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한 노력하겠다. 지금 현재 건강 상태로는 자신이 없는데, 노력해서 가능한 참석해보겠다”고 답변했다고 유 변호사가 전했다. 

유 변호사는 “당선인은 박정희 대통령 당시 내각을 어떻게 운영했고,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고, 그런 자료를 보고 또 박 전 대통령 모시고 근무한 분들 찾아뵙고 당시 국정 운영 어떻게 했는지 배우고 있다. 당선되니 걱정이 돼 잠이 잘 안 오더라는 말씀 등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은 자리가 무겁고 크다. 사명감이 무겁다”고 답했다. 

◇ ‘깊은 얘기’는 무엇일까

이날 회동에는 민트차와 한과가 나왔으며, 간혹 웃음이 있을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배석자들에 따르면 ‘언론에 밝히지 못할 더 깊은 얘기’까지 나눴으며, 박 전 대통령도 말을 많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서 오고 간 ‘깊은 얘기’는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 변호사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유 변호사 지지 영상에서 “유영하 후보는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 대한 명예회복이나 복권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보수 진영 단결 등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들은 국정농단 수사로 인해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에 대한 비토 여론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지지세력이 많기 때문에, TK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윤 당선인에 적극 협조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에 윤 당선인도 “박 전 대통령께서 하신 일과 정책에 대한 계승을 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며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끌어안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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