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두고 여야의 입장차는 분명했다. 공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감세 정책 및 규제 완화 등이 실효성은 없는 반면 사회 양극화만 부추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세웠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과도한 국가 부채 등을 근거로 ‘재정 건정성’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의 정책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 정부 경제 정책 ‘친(親)부자’ 규정한 민주당

야당 첫 질의자로 나선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윤석열 정부가 ‘친(親)부자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방치해선 시장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가 올 것이라는 반성이 있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법인세 경감 등 적극적 세금 감면 정책은 집중 비판 대상이 됐다. 이른바 ‘약자와의 동행’ 등을 내세워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공언한 것과 모순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장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 대한 진정성 문제로 이어졌다. 그는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병사 월급 200만원 등 많은 공약을 했는데 인수위가 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연 40조원 재정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전면적 감세하겠다면서 공약 이행이 가능하나, 사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세금 감면의 혜택이 오히려 소득 상위 계층의 ‘수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맹공을 가했다. 신 의원은 “정부 계획대로 법인세 최고세율 25%에서 22%로 내리면 3,000억 이상 과표기준 이익을 내는 기업이 수혜를 받는데 전체 법인 83만 곳 중 84곳”이라며 “상위 0.01%"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 전부 다 따져봤을 때도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층 세수 감소 효과가 7조 7,000억이고 서민, 중산층, 중소‧중견기업 다 합쳐봐야 4조 6,000억“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을 토대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른바 ‘낙수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신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감세가 63조였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상장사 유보금이 15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이 115% 증가했지만, 투자는 0.2% 감소했다”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기업을 투자하게 만들 요술 방망이도 없는데 막연한 희망에 의해 현찰로 감세를 하나”라고 지적했다.

◇ 정부, “시각의 문제” 반박

이러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 정부‧여당은 중장기적으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세금을 다소 낮게 유지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조세 부담률을 늘리지 않으면서 좀 더 많은 세수를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믿음 위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결국 경제 정책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시각의 문제,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생각이다. 한 총리는 “지난 몇 년간 우리 부채가 600조에서 1,000조로 늘어나 있고, GDP에 대한 부채율도 38%에서 연말이 되면 50%쯤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우려를 주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경제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 추를 옮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세수 감면에 대한 우려는 일단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 이후에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 총리는 “앞으로 복지라든지 남북통일을 대비하고 각종 연금제도를 굴러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엄청난 세수가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걱정한다”며 “세수에 대해선 그때 경제 상황에 따라 조금 유연성을 갖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감세 정책의 실효에 대해서도 긍정론을 펼쳤다. 한 총리는 “감세 정책은 항상 우리나라에서 작동했다”며 “다만 그 감세가 추후 다시 조세의 증가로 나타나느냐 하는 것은 그동안 경제가 계속 높낮이가 있었기에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의 조세 감면이 전 계층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추 부총리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법인세는 일부 대기업에만 감세한 것이 아니고 중소‧중견기업에도 대대적으로 감세를 했다”며 “감세 정도는 상대적으로 보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감세가 더 많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앞서 발언 기회에서도 “기업이든 일반 중산‧서민층이든 정부가 어려운 살림에 세금을 걷기보다는 어려운 속에서 팍팍한 생활을 조금이나 보태게 하는 게 도리”라고 덧붙였다.

◇ ‘경찰국 신설’도 도마 위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이었지만 현안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직제 개정령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명분은 경제 위기 속 정부가 불필요한 데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민들은 기름값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고 장바구니 물가 오르고 못 살겠다는 데 제발 정부, 국회가 경제에 집중해 달라는 것 아닌가”라며 “근데 뉴스를 보면 내내 경찰국 설치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경찰 때문에, 경찰국이 없어서 경제 관리가 안 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총리는 “경제에 대한 집중은 경제부처 각료들과 관련된 분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며 “행안부로서는 경찰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조직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 의원의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전날(2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을 꺼내 한 총리에게 “부적절한 발언 아닌가”라며 집요하게 추궁했다. 즉각 여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대정부 질문이 ‘경제 분야’에 집중된 만큼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내 고성이 오간 가운데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상황 정리에 나섰다. 답변을 아끼던 한 총리는 이에 “표현이 과하긴 했다”면서도 “사안의 절실성과 중대성을 위해선 행안부 장관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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