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현장을 둘러보며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현장을 둘러보며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대통령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귀국하자마자 집중호우 대응책을 논의한 뒤 곧바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일대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순방지에서도 집중호우 상황을 수시로 챙겼고, 귀국 직후에도 곧바로 집중호우 대처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 귀국하자마자 재난 현장으로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5시 30분쯤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해 집중호우 대응을 위한 긴급 회의를 주재했다. 이후 8시 30분쯤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해 집중호우 피해 현황과 수색·구조작업 상황을 살폈다.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에서 “위험 지역에 있는 주민, 또 그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하면 선제적으로 판단해서 빨리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 대피를 시켜야 된다”며 “위험한 지역으로의 진입은 교통 통제, 출입 통제 이런 것을 시켜서 (주민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재난 대응의 인명 피해를 막는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중대본 회의를 마친 윤 대통령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의 산사태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곧바로 이동했다. 예천 등 경북 북부 지역은 산사태 등으로 최소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윤 대통령은 김학동 예천군수 등으로부터 피해 상황 등을 보고 받고, 산사태로 토사와 나무 등이 떠밀려온 피해 현장을 살펴봤다. 

또 감천면 이재민 임시거주시설로 쓰이는 벌방리 노인복지회관을 찾아 고령의 이재민들에게 “여기서 좁고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고 계셔달라. 정부에서 다 복구해드리겠다”고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마을 이재민들의 손을 잡고 식사와 씻는 것 등 생활 형편을 물으며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이재민들을 달래며 “저도 어이가 없다. 저는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그런 산들이 무너져가지고 민가를 덮친 모양이라고만 생각했지, 몇백 톤의 바위가 산에서 굴러 내려올 정도로 이런 것은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봐서 얼마나 놀라셨겠나”라고 말했다. 

◇ 현장 대처 못한 공무원 질책 

이도운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에서 “공무원들은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 미리미리 대처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미리 대처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났다며 ‘인재’(人災)라고 에둘러 질타한 것으로 보인다. 또 모두발언에서도 ‘교통·출입 통제는 인명 피해를 막는 기본 원칙’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에서 “앞으로 기상 이변은 늘 일상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의 상황을 이제 우리가 늘상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를 해야지 이것을 이상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후속 조치로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상황 대처를 지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윤 대통령의 일정은 숨가쁘게 이어졌다. 이른 오전 귀국하자마자 대통령실에서 오전 6시에 집중호우 피해 관련 회의를 했고, 바로 오전 8시 30분에는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중대본 회의가 끝난 뒤엔 곧바로 헬기를 타고 경북 예천으로 이동해 산사태 현장과 이재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예천과 같이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에도 방문할 수도 있다. 지난해에도 윤 대통령은 며칠에 걸쳐 수해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청주 방문 가능성에 대해 “수해 현장은 예천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후에도 수해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중에도 집중호우와 관련한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거나,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화상 회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말 장마가 시작되면서 기상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인명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그만큼 윤 대통령으로서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긴박한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순방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근 12년 내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났는데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출국하기 전에도 여러 차례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고, 특히 저지대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는 등 구체적인 지침을 내린 바가 있다”며 “이번 수해에 대응하는 정부가 그 지침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할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국무조정실은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감찰에 착수했다. 향후 재난대응이 미흡했을 경우 처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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