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 안건 등 4건의 안건을 표결해 모두 통과시켰다. 사진은 김영섭 KT 신임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조윤찬 기자
KT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 안건 등 4건의 안건을 표결해 모두 통과시켰다. 사진은 김영섭 KT 신임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서초=조윤찬 기자  KT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영섭 신임 대표 체제의 닻을 올렸다. 이로써 3월부터 이어진 경영 공백 사태가 마무리됐다. 김 대표가 ‘통신사업이 핵심’이라고 강조한 가운데 향후 사업 구조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김영섭 대표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 주총 21분만에 마무리

KT는 30일 서초에 위치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 안건 등 4건의 안건을 표결했다. 이날 임시주총에 상정된 △대표이사 선임의 건(김영섭 전 LG CNS 대표) △사내이사 선임의 건(서창석 KT네트워크부문장) △경영계약서 승인의 건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의 건 등 4개의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날 장기투자자들은 의사진행 발언으로 안건 표결을 신속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KT 임시주총은 오전 9시 21분에 끝났다. 임시주총에선 소수노조인 KT 새노조와 KT전국민주동지회가 적극적으로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안건은 대표이사 선임안이었다. 김영섭 후보는 △전 LG CNS 대표이사(2015~2023) △전 LG U+ CFO(2013~2015) 등을 역임해 ICT(정보통신) 전문성과 경영 전문성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 받는다.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사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정기주총에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에 처함에 따라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계획된 전략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지배구조 정립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임시주총을 통해 신임 CEO 선임과 더불어 사내이사까지 선임됨에 따라 완전한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된다”고 밝혔다.

박 직무대행은 대표이사 선임안건을 첫 번째로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에 앞서 장기투자자 A씨는 “후보의 경력을 보니 통신과 IT 사업 경험이 많다. CEO로 최적으로 보인다. KT가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 아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조합 단체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김석균 KT전국민주동지회 사무국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직무대행이 지금 (임시주총) 의장을 맡고 있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한 뒤 신임 대표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김 사무국장은 “대표가 될 것이니 당부하고 싶다. 삼성·현대같은 대기업을 왜 국민기업이라고 안하고 KT를 국민기업이라고 말하는가를 공부해야 한다. 지금까지 KT 민영화 이후에 있었던 CEO들의 전철을 밟지 마시라”고 발언했다.

KT는 현장 참여한 주주들에게 박수로 찬성의사를 밝히도록 하고 김영섭 후보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영섭 신임 대표는 인사말에서 “저를 믿고 막중한 임무를 맡겨주신 주주들과 5만8,000여명 임직원에게 감사드린다”며 “KT그룹이 보유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기술력, 그리고 사업역량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장기 경영공백 끝나… 김영섭 대표 “ICT의 본질적인 역량이 핵심”

김영섭 KT 신임 대표는 30일 성남시 KT 분당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 KT
김영섭 KT 신임 대표는 30일 성남시 KT 분당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 KT

현장에 참석한 장기투자자들은 사내이사로 추천된 서창석 후보의 경력을 인정하며 KT의 성장과 주가 반등을 이끌 것을 요청했다.

서창석 사내이사 안건에 대해 박종욱 직무대행은 “서창석 씨는 지속적인 네트워크 능력 증진을 통해 더욱 신뢰성 있는 통신서비스와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의사진행 발언을 못한 김미영 KT 새노조 위원장은 두 번째 안건에서 발언 기회를 얻었다. 김미영 위원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이전 경영진의) 편법·불법·탈법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또 오래되고 잘못된 노무관리가 있어왔다. 혁신의 출발은 노무관리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며 김영섭 후보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종욱 직무대행은 “안건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며 “신임 대표이사가 적절한 시기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4건의 안건은 모두 무리 없이 통과돼 임시주총은 시작 후 21분만에 폐회됐다.

주총이 끝난 뒤 김미영 위원장은 “주총은 짜여진 각본이라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장기 경영공백 사태는 임시주총을 통해 매듭지었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은 주총”이라고 평가했다. 김석균 KT전국민주동지회 사무국장은 “KT 노조 선거가 11월에 있는데 박종욱 직무대행과 김영섭 신임 대표가 협력해 노조선거에 개입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KT는 전임 구현모 체제에서 ‘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략’을 이어왔다. DIGICO는 AI, 빅테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선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T는 그동안 비통신 사업부문 조직을 늘려왔다. 김영섭 신임 대표가 해당 사업 조직들을 어떻게 재정비할지가 관심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구조조정을 통해 LG CNS의 경영 효율화를 이끈 바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이사회에 ICT 인프라 투자와 통신사업 고도화를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KT에 따르면 김 대표는 성남시 KT 분당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고객이 원하는 혁신을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여야 하며 특히 통신 네트워크 안정 운용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KT 혁신 성장 전략인 DIGICO를 추구함에 있어서도 ICT의 본질적인 역량이 핵심이다.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뛰어난 역량이 있으면 핵심인재로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과거 LG CNS에서도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는 보상 제도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노조는 지난 7일 성명서에서 “단기성과에 연연하여 무리한 구조조정을 펼치거나 무분별한 외부인사 영입에 의한 조직운영으로 경영안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러한 내부 목소리를 반영해 김 대표는 취임식에서 ‘화합’을 강조했다. 구성원들을 존중하면서 단기적인 외형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일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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