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른바 ‘김경수 역할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선 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로 공고해진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친문계(친문재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친문계 내에선 김 전 지사를 복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친명계(친이재명계)는 김 전 지사가 이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 ‘김경수 역할론’에 의견 분분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전날(19일)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님 추도식에 참석하고 비자 발급을 비롯해서 개인적 일 때문에 잠시 한국에 들렀다”며 “잠시 들른 입장에서 특별히 인사를 따로 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렸던 사람으로선 대단히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친문계 핵심으로 불리는 김 전 지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됐지만, 지난 2022년 특별 사면을 통해 석방된 바 있다. 하지만 복권은 되지 않아 오는 2028년 5월까진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문계는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MBC 라디오에 나와 “(복권은) 대통령의 특별 권한이기 때문에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사면 복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당선인도 김 전 지사의 복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복권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김 전 지사가 친문계나 비명계(비이재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고 최고위원은 “정치인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려 나올 수 있는 것이지, 본인의 의지는 두 번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김 전 지사가) 역할을 해야 될 때가 되면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도 민주당 내 경쟁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면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복권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저런 분들이 민주당에서 함께해야 국민들로부터 지지도 받고 이 대표도 경쟁 속에서 승리해야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분열을 공작하기 위해서 복권을 시키는 그런 것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복권을 시키려면 빠른 시일 내에 해줘야지 결정적 순간에 하면 민주당이 분열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지사도 자신이 친문계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공부가 끝나지 않았다”며 “일시 방문한 입장에선 한국의 현실 정치에 대해서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명계 내에선 김 전 지사의 역할론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전격시사’에 나와 김 전 지사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건 정치적 해석”이라며 “한국 정치에서 누가 만들어준다고 만들어지는 건가. 자기 스스로 피와 땀과 눈물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국민들에게 손을 잡고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정치를 했을 때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정당에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추대하고 그런 형태에서의 인물을 만들어낸다고 하면 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우리 정당 구조가 당원 중심 정당이 상당히 됐다”며 “이러한 흐름에 부합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만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병도 의원도 김 전 지사의 복권은 검토돼야 한다면서도 ‘역할론’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제가 아는 김 전 지사는 복권이 됐다고 정치에, 현장에 뛰어들고 구심점 역할을 바로 할지, 아니면 시간을 조금 더 두고 볼지는 조금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지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봉하마을 추도식까지 가니까 (문 전 대통령을) 찾아봬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와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다른 개인적인 일정들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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