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4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종료를 표결에 부치겠다고 선언하자 여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면서 본회의장은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오는 5일 예정됐던 국회 개원식도 연기됐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단독 상정한 ‘채상병 특검법’의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섰다. 전날(3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여야 의원들 간 서로 직함과 존칭을 생략하고 고성과 삿대질로 대화를 이어갔다.
전날 첫 주자로 연단에 오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채상병 특검법’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자, 유 의원은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워하라. 공부 좀 하라 공부 좀”이라고 받아쳤다. 유 의원을 시작으로 밤새 필리버스터가 이어지자 여당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졸기도 했다.
이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유상범(국민의힘)·박주민(민주당)·주진우(국민의힘)·신장식(조국혁신당)·박준태(국민의힘)·서영교(민주당) 의원에 이어 7번째 토론 주자로 나섰다. 국회법에 따라 시작한 지 24시간 이후부터 강제 종료를 표결에 부칠 수 있어 곽 의원이 발언을 이어간 오후 3시 50분경에는 끝날 것으로 보였다.
우 의장이 “‘채상병 특검법’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 제출된 때로부터 24시간 경과 돼 토론을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곽 의원은 멈추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야권 의원들이 고위공직자수사처 법안을 읊고 있는 곽 의원을 향해 “그만하라"며 고함을 치는 등 고성이 오가는 극한 대치 상황을 연출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자리에서 일어나 필리버스터 종료를 요구한 우 의장을 둘러싸고 “물러나라”며 장내서 농성을 벌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여당이 ‘필리버스터’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두고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여주기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걸 해서 (특검법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도 안 할 것”이라며 “그거라도 안 하면 ‘뭐했냐’는 비판이 쇄도할 것을 알고 하는 ‘쇼잉’”이라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또 명분에 맞고 당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필리버스터가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결국 대통령을 향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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