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 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1대 국회 막바지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되며 폐기된 바 있던 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22대 국회에서 다시 국회 문턱을 넘었다. 다만 정부‧여당이 특검법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

◇ ‘강 대 강 대치’ 속 야당 주도 통과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의원 190인 중 찬성 189인, 반대 1인으로 통과됐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날(3일) 국민의힘이 채상병 특검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날 오후  3시 50분경 민주당이 ‘토론 종결 동의’를 제출한 것을 토대로 토론 종결의 건을 표결하려고 했으나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대치 상황이 한 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시작 후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강제 종료할 수 있다. 191석의 의석수를 가진 야당만으로 강제 종료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토론자의 발언을 끝까지 듣고 토론 종결 표결을 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 의장이 표결을 진행하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발언을 중지시키면 안 된다’, ‘의장은 뭐 하는 사람인가’ 등을 외쳤고, ‘발언권을 보장하라’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석에선 ‘물러가라’,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다’, ‘떼쓰면 다인가’라는 반박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렇게 여야 간의 대치가 이어진 상황에서 우 의장은 표결을 강행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는 종결됐다. 이후 채상병 특검법도 곧바로 표결에 들어가며 야당의 주도로 통과했다.

◇ 사실상 거부권 수순… 민주당 “두 번 배신 말라”

채상병 특검법이 거대 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정부‧여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통과하자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공정성 결여, 위헌성 등을 이유로 이미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라며 “그럼에도 특검 추천권을 오직 야당만이 행사하게 하는 등 더 독해진 독소조항이 담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애초부터 거부권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공세임이 자명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안타까운 희생마저 정략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 민주당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기어코 국회의 기능마저 상실케 한 무소불위 민주당과 우 의장은 헌정사의 ‘오점’이자 ‘치욕’으로 남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직격했다.

필리버스터의 마지막 발언자였던 곽규택 의원도 특검법이 통과되기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본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인 채해병 사망 사건은 이미 경찰에서 해병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해병대 고위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가 상당히 진행 중”이라며 “이번 특검 법안은 종전의 특검법에 비해 권력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등 헌법상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당이 특검법에 대해 반대하는 상황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거부권 건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특검법이 통과되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묻자 박 장관은 “위헌 요소들이 없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위헌 요소가 가중됐기 때문에 제가 할 일은 다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특검법을 수용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국민을 두 번 배신하지 말라”며 “해병대원의 안타까운 순직과 수사외압, 사건 은폐 시도의 진상 규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이번 특검법을 통해 조속한 특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 5월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에 또다시 민심을 거역하고 특검을 거부한다면 다음은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할 차례가 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는 5일 예정됐던 국회 개원식은 연기됐다. 채상병 특검법 통과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국회 개원식 불참을 선언하자 국회의장실이 개원식 연기를 발표한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