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향해 ‘사천(사적 공천)’부터 ‘총선 고의 패배’까지 연이어 의혹을 제기하자 한 후보는 “노상방뇨하듯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마타도어”라며 "구태정치에 맞서겠다"고 격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당권경쟁이 '이전투구’식 상호 비방전으로 과열되고 있다.
◇ 원희룡-한동훈 ‘구태정치’ 공방
원 후보는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총선 사천 △사설 여론조성팀(댓글팀) 운영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의 금융감독원장 추천 등 의혹을 거론하며 ‘구태정치’ 공방에 불을 붙였다. 원 후보는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느냐”며 당 대표 ‘사퇴’까지 거론했다. 이에 한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마치 노상방뇨하듯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라며 “구태정치를 제가 당원동지들과 함께 변화시키겠다”고 맞섰다.
한 후보 측 인사들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원 후보와 친윤계의 ‘구태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을 계기로 한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있다. 전화를 돌려 동의 여부를 묻는 과정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김 여사의 문자를 공개한 배후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기도 했다.
‘김 여사 문자’의 진실 공방이 전당대회 이슈를 모두 잠식한 상황에서 원 후보가 이날 세 가지 의혹을 제기하자 전당대회는 네거티브전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원 후보는 한 후보에게 의혹을 검증하지 않는다며 “진짜 구태정치는 ‘한동훈식 거짓말 정치’”라고 꼬집었다.
해당 의혹들은 원 후보 측에 의해 조금씩 언급돼 왔다. 원 후보는 지난 7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천’ 의혹에 군불을 땠다. 이어 친윤계로 꼽히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지난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을 할 때부터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며 사설 댓글팀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전 위원은 근거가 있냐는 물음에 “한 후보가 얼마나 직접 인지했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분명한 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와 한 후보는 전날(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도 장외 공방을 벌였다. 특히 원 후보는 ‘김건희 문자 무시’ 의혹을 들어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끈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선관위가 무서워 네거티브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며 “이런 다중인격 같은 구태정치가 청산돼야 한다고 본다”고 반발했다.
한동훈 캠프 측에선 해당 발언에 대해 반발했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원 후보가 제기한 ‘총선 고의 패배’ 의혹에 대해 “해서는 안 될 발언”이라며 “전당대회가 새 길을 터 나가는 미래의 마중물이어야지 당의 운명을 끝장내보자는 절명이 돼서는 안 된다”고 응수했다.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랜 기간 정치권의 다툼을 봐 왔지만 ‘고의 패배’라는 말처럼 막가파식 주장은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원 후보가 이런 막가파식 마타도어를 하는 사이 우리 당원들의 마음은 찢기고 갈라지고 있다”며 공세를 더했다.
이런 ‘이전투구’식 진흙탕 비방전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전투구식 비방은 자제하라”며 “당의 미래, 그리고 국가발전을 위한 본인들의 구상, 비전을 밝혀 서로 선의로 경쟁하는 아름다운 과정이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랑 끝 대치를 펼치는 두 당권 주자 간 네거티브전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희룡 캠프 이준우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시사위크>와 만나 “의혹에 대한 증거를 전당대회 가까워져 오면 하나씩 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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